미국 동부 연안 항만노조가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파업 시작 사흘 만으로,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제 전체에 파장이 우려됐던 공급망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동부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가 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임금에 대해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노조원들은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노조가 향후 6년에 걸쳐 임금을 62% 인상하는 사측 제안을 수락하면서 파업 종료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단체협약 갱신 과정에서 사측은 6년 동안 임금 50% 인상을 제기했으나 파업이 시작된 뒤 인상률을 62%까지 높여 제시했다. 노조는 당초 77% 인상을 요구했으나 62%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양측은 협상의 최대 난관이던 임금 상승률을 두고 합의를 이룬 만큼 일단 작업을 재개하는 한편 9월30일 만료된 종전 계약을 내년 1월15일까지 연장하고 이 기간 동안 항만 자동화 등 다른 문제를 두고 협상한단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단체 교섭은 작동한다"면서 "이는 중간과 바닥으로부터의 강한 경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조 친화적인 바이든 대통령은 강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는 대신 단체 교섭을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해왔다.
앞서 미국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36개 항만 노동자들은 1일 0시를 기해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동시 파업에 들어간 건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들 항구는 미국 전체 해상 물동량의 약 절반을 처리하는 만큼 파업이 일주일 이상 장기화할 경우 미국 내 물류 공급망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단 우려가 커졌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동부 항만 파업으로 미국 경제에 하루 38억~45억달러(약 5조~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일부 슈퍼마켓에선 코로나 팬데믹 당시 같은 물류 혼란을 우려해 화장지 등 필수품 사재기 같은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현지 산업계는 소비자 공포를 달래기 위해 미국 내 화장지 85%는 미국에서 제조된다며 수습에 나섰다.
대선을 5주 앞두고 경제 충격을 우려하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경제가 나빠지면 통상 집권당에 악재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를 노리고 항만 파업은 바이든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며 공세를 강화하던 터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