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선돼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트럼프 땐 IRA 폐지로 대격변 예고
美 투자·공급망 전략 재조정 촉각
미국 대선이 1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 중 누가 승기를 잡든 국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와 업계는 대선 결과에 따라 대미 투자 및 공급망 전략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 대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국내 산업계에 가해지는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미국 현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보호무역 장벽을 더 높이 세울 공산이 크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지 여부다. 2022년 8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된 IRA는 표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표로 하지만,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 자립법’으로 불린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를 허용하는 식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위(42.4%)를 차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IRA를 ‘새로운 녹색 사기’라고 표현했다. 재집권 시 IRA를 폐기하겠다던 과거 발언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IRA는 현상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갈등을 겪는 미·중 사이에서 국내 기업은 눈치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 생산 원가가 급등하는 등 각종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투자 다변화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미국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국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새로 들어서는 미 행정부가 보조금 지원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조건으로 막대한 보조금과 25%에 달하는 세금 공제를 지원 받고 있다. 하지만 현지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등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되면서도 기존 정책들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IRA 폐지와 같은 급격한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