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절감 등 고강도 긴축 주효
업황 개선… 4분기도 흑자 전망
SK온이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여파에 따라 연내 흑자 전환이 불투명하다는 업계 전망을 뒤집었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개최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배터리 사업(SK온) 영업이익이 24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1조4308억원이었다. 이로써 SK온은 독립법인 출범 후 12분기 만에 최초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당초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SK온의 연내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SK온이 올해 1·2분기 각각 3315억원, 4601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터라 올해 3분기에는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SK온은 예상을 깨고 깜짝 실적을 내놨다. SK온은 지난 7월 일부 C레벨(임원) 직군을 폐지하면서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고 지난 9월에는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고강도 긴축 경영을 시작했다. 또 지난 2분기 상업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3공장의 램프업(생산량 확대)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헝가리 3공장을 조기에 정상화해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원재료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 점도 긍정적인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SK온은 “고단가 재고 소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램프업 비용 감소 등 전사적 원가 절감 활동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을 4841억원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 금액은 608억원 반영됐다.
‘SK온 살리기’를 위해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 1일 합병 SK이노베이션 출범 후 첫 실적 발표인 터라 재무 개선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온은 올해 4분기 업황이 일부 회복되면서 흑자 흐름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봤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4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의 가동과 내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시장 상황과 고객사 수요 등을 모니터링하며 계획돼 있는 시설투자(CAPEX) 금액의 절감과 투자 시점 이연 등 관리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