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과 시중금리가 치솟고 코스피는 약세를 보이는 변동성이 연출됐다. 이른바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방산주는 일제히 급등했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수혜주로 꼽히는 이차전지주는 하락을 면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장세에 신규 상장한 더본코리아는 공모가 대비 60%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8000억원 고지에 올라섰다. 다만 더본코리아의 호조가 전체 공모주 시장에 온기를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6일 오전 상승세로 출발한 국내 증시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오후 12시 이후 하락 전환했다. 미국 뉴욕타임즈의 선거 결과 예측 시스템인 '니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후보의 근소한 우위를 점쳤으나, 12시를 전후로 트럼프 후보 당선 확률을 89%까지 높여 잡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증시는 하락 전환했다. 장중 코스피는 마이너스(-) 1.2%, 코스닥은 -1.8%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폭이 빨라졌다. 오전 중 500억원대 순매도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들은 오후 12시를 전후로 순매도폭을 1500억원까지 늘렸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삼성SDIㆍLG화학 등 시총 상위주에서 외국인 이탈 폭이 특히 컸다.
외국인 이탈의 배경으로 환율이 꼽힌다. 트럼프 후보의 미국 우선 정책과 강력한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이날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1.3% 상승한 104.8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만에 최고치였다. 강(强) 달러 현상은 최근 약세를 띄고 있는 원화 가치를 직격했다. 원달러환율은 장중 1399원을 터치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1400원 코 앞까지 올랐다.
시중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전일대비 3% 가까이 급등한 3.16%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도 2.996%까지 오르며 지난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5bp(0.015%포인트) 이상 오르며 4.4%선에 도달한 게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트럼프 집권 이후 국채를 찍어 증시를 부양할 거란 우려로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 값 하락)하는데, 관세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로 달러는 강세를 띄고 있다는 게 모순적인 부분"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악화하며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와는 달리 약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듯 종목군별 온도차이가 컸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주는 오후 2시 현재 전일 대비 8% 가량 하락하며 울상을 지었다. 이차전지주와 재생에너지주는 대표적인 카멀라 해리스 후보 수혜주로 꼽혀왔다. 반면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방산주는 약세장 속에서도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현대로템이 장중 4% 이상 올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 LIG넥스원은 7%대 상승했다.
혼란한 와중에 상장한 더본코리아는 장중 한 때 6만450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3만4000원) 대비 89%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후 증시의 분위기가 바뀌며 5만원대로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2주 새 신규 상장 공모주가 대부분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폭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당초 4000억~5000억원대로 평가받았던 더본코리아가 장중 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두고 '백종원 대표가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더본코리아의 선전이 최근 침체된 공모주 시장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주류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의 화제성으로 인해 상장 당일 우호적 수급 상황이 이어졌지만, 다른 공모주에도 우호적 수급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이전과는 달리 수요예측이 흥행하면 '기관들의 수익 실현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들은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며 "더본코리아는 상장 당일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도 개인 수급이 붙으며 주가가 상승했는데, 타 공모주에도 이렇게 개인 수급이 붙을 거라 기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이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