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대미수출의존도높은 국가 경제에 타격
美증시,인플레 반등과 국채금리 상승시 랠리지속 불투명
사진=REUTERS
트럼프 당선후 당분간은 달러 강세로 주요국 통화 대부분이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법인세 인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및 금리인하 중단 가능성 등으로 랠리가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가 공언한 감세로 향후 10년간 7.5조달러(1경원) 가까이 연방 재정 적자가 확대될 경우 국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폭탄으로 요약되는 보호무역주의로 중국뿐 아니라 한국 대만처럼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 역시 큰 타격이 우려된다.
다음은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주요 자산과 시장별 영향을 정리한 것이다.
-통화
트럼프는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약달러를 주장해왔으나 그가 제시한 관세폭탄과 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은 인플레이션 반등과 미국 경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경우 연준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하며 이는 강달러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동시에 관세 폭탄 정책은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방위비를 더 많이 지불하도록 강요하면서 세계 다른 지역의 성장을 억제해 달러의 매력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씨티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승리후 달러가 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일부 분석가들은 유로화가 1달러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관세 위협의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 역시 더 하락할 전망이다.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 등의 통화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량 매도됐다.
-주식
트럼프의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석유 생산 증가는 대체로 기업에 긍정적으로 여기지는 만큼 강력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시사한다. CNBC에 따르면, 은행과 철강업, 중소기술기업, 석유 가스업 등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인하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은 S&P 500 기업의 이익을 약 4%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 계획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불분명하다. 동시에 높은 관세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기업과 가계의 비용을 높이고, 수익성을 감소시키며, 다국적 기업에는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전기차배터리, 청정 에너지처럼 급증하는 관세에 노출된 부문은 변동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측하듯이 급등한 관세로 물가가 반등하면 트럼프의 감세안으로 악화될 재정적자로 국채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과 더불어 결국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채권
트럼프 2기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정부 부채와 이에 따른 재정적자 규모이다.
책임있는 연방 예산위원회가 지난 달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트럼프의 감세와 재정 지출 계획으로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적자는 7.5조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시장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면서 지난 9월 연준의 50베이시스포인트(bp)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는 50bp 이상 다시 올랐다.
트럼프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로 인해 국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승리는 관세를 필두로,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들 국가는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신흥 시장
트럼프 2기에 본격화될 보호무역주의로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중국이지만,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나 대만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해 이후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
선거 전부터 트럼프의 정책은 신흥 경제권에 부담을 주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 외에도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지 못하도록 멕시코산 자동차 수입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멕시코 페소가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달러당 21페소를 넘어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과 미국의 기술 기업에 제품을 공급해온 대만과 한국 등의 반도체 제조업체및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업종 등도 역시 관세 인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남아프리카 랜드화와 브라질의 헤알화 역시 약세를 보이고 이들 국가의 주식 시장도 취약해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재무부의 국채 매각과 달러화 상승은 이들 국가에서 자금을 빨아들이고, 많은 국가가 더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취하도록 강요할 전망이다.
반면 인도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같이 거대한 국내에 거대한 내수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개혁 스토리가 있는 신흥 경제는 혜택을 볼 수도 있다. 또 구리와 리튬 생산국인 칠레 역시 수출을 대체할만한 대안이 없어 대체로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상품 시장
트럼프는 환경 규제를 풀면서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시추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이는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남을 것을 사실상 보장하는 정책 의제이다.
이 같은 공급확대는 올들어 약 4% 하락한 미국의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의 가격을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석유 제재를 강화하면서 전세계 원유 공급의 일부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내 전략석유비축량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유가 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대두도 표적이 됐다. 미국 거래자들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재개될 것을 우려하면서 대선 직전에 기록적인 수확량을 선적 수출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2020년 미국 농산물 구매 협정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한 중국은 올해 미국 대두를 덜 구매했고 옥수수는 거의 구매하지 않았다. 대두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5% 하락했다.
-지속 가능한 투자
트럼프의 집권으로 가장 크게 후퇴할 분야중의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기후정책들이다. 트럼프는 석유와 가스 시추, 석탄 채굴을 제한하는 환경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또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대표적인 기후법인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에서 사용되지 않은 모든 자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즉 이 법에 따라 전기자동차, 태양광, 풍력 에너지에 대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이 철회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해당 분야에 대한 자금을 철회하는 조치에는 의회의 표결이 필요할 수 잇으며 일부 공화당 의원은 IRA를 지지해왔다.
트럼프는 또 게리 겐슬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와 함께 ESG투자 등 미국내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고 잠재적으로 지속가능한 투자를 덜 매력적으로 만드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