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본격화되고 있다. 원화가치 추락 속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고, 트럼프 수혜 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급등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트럼프 2기’ 개막 소식에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달러 강세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에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달러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국내 증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7일 오전 11시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6원 상승한 1399.8원을 기록하고 있다. 6일 오전 137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인이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우세를 보인다는 소식이 나오자 반등하기 시작, 6일 오후 8시 20분(1400.5원) 1400원 선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16일 이후 7개월 만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규모 법인세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감세 정책 진행에 미국의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는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장기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선과 동시에 진행된 미국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악재로 평가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측할 수 있는 미국 대선 시나리오 중 가장 강달러 압력이 높은 시나리오”라며 “연말까지 강달러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먹구름이 꼈다. 통상 외국인은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7101억 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의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이날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장 대비 0.23% 하락한 2557.63을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은 76억 원 순매수 중이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효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하루 만에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스스로를 '비트코인 대통령'이라 칭하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비트코인 가격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이 3000만원대일 때부터 1억 돌파를 예견했던 스탠다드차타드(SC)는 트럼프 컴백은 '비트코인 2억 시대'를 열 것이라고 봤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10% 가까이 급등하며 최근 반납했던 1억원을 다시 회복했다. 빗썸 기준 전날 오전 7시께 9561만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같은 날 오후 3시께 1억390만원까지 치솟았다. 8시간 만에 8.6%가 뛴 셈이다.
달러 기준으로는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날 비트코인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7만5000달러를 터치했다. 지난 3월 14일 바이낸스 기준 전고점(7만3777달러)을 약 8개월만에 넘긴 것이다. 원화 신고가는 지난 3월 기록한 1억450만원(빗썸 기준)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자산들이 불기둥을 세운 건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시 강세를 보일 자산에 투자하는 것) 효과다. 특히 앞서 그가 내세운 가상자산 공약들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추가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비트코인 2억설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당선에 따라 미국이 가상자산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보유하는 상황까지 예상되면서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 유세 기간 밝힌 발언에 근거한다. 그는 지난 7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을 글로벌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고 비트코인을 전략 준비 자산으로 매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같은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보유 중이거나 미래에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트럼프 일가가 진행하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프로젝트가 최근 출시된 점도 2억설을 뒷받침한다. 일가가 직접 가상자산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업황 자체를 개선할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