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 기업들의 상장 첫날 급락이 반복되자 공모주 시장에 냉기가 번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IPO(기업공개) 시장 투자 열기가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모 과정에서 과하게 부풀려진 몸값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증시 입성을 대기 중인 기업이 아직 많은 만큼 각 기업과 투자자들의 긴장도가 높아진다.
8일 오전 11시 10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에어레인 (16,840원 ▼6,160 -26.78%)은 공모가(2만3000원)보다 7060원(30.7%) 내린 1만5940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1만7400원에 시작한 에어레인 주가는 장 중 1만5200원까지 내려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에어레인은 국내 유일 기체분리막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공모 자금을 신사업 전개를 위한 R&D(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확충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상장 기업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달 들어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은 5곳(탑런토탈솔루션 (13,150원 ▲160 +1.23%)·에이럭스 (8,460원 ▼10 -0.12%)·에이치이엠파마 (14,020원 ▼310 -2.16%)·토모큐브 (12,110원 ▲2,040 +20.26%)·에어레인 (16,840원 ▼6,160 -26.78%))이다. 이날 에어레인이 공모가를 하회해 마감하면, 11월 코스닥 새내기주 100%가 첫날 하락을 기록하게 된다.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기업은 에이럭스로 첫날 38.25% 내렸다. 전날 상장한 토모큐브도 37.06% 급락했다.
새내기주의 주가 부진 요인으로는 과도하게 높은 공모가가 지적받는다. 실제 에어레인은 앞선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6000~1만8500원) 상단 초과인 2만3000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탑런토탈솔루션(1만8000원), 에이럭스(1만6000원), 에이치이엠파마(2만3000원), 토모큐브(1만6000원)도 모두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확정한 기업들이다.
다만, 높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뒷받침할 만한 안정성과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부담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출과 이익 등 실적 기반이 아직 불안정한 기업들 마저 공모가를 높게 확정하면서 결국 주가 하락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기업가치 부풀리기와 기관들의 묻지마식 상단 초과 주문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IPO 시장에 냉기가 번지면서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흥행도 줄어들고 있다. 에어레인 이후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확정한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노머스, 쓰리빌리언, 위츠 등이 공모가를 희망 범위 내에서 확정했다. 엠오티, 에스켐의 경우 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에 확정해야 했다. 이어진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코스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하반기 대어로 나선 더본코리아 (46,600원 ▼5,100 -9.86%)가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시각 현재 더본코리아는 전날보다 3450원(6.67%) 내린 4만8250원을 기록 중이다. 다만 상장 첫날 51% 상승했으며, 다음날에도 상승 마감했다.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따라 이날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공모가(3만4000원) 대비 42% 수익률을 내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