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서 세법개정안 토론회
정부, 상속세 최고세율 50->40% 추진
與 “상속세 과도해 자본·기업 해외유출”
우리나라 상속세부담 美 5배, OECD 6배
野 “감세혜택 고소득자·대기업에 집중”
“세수기반 확보해야 할 때 대규모 감세”
상속세 [사진 = 연합뉴스]
경제 역동성을 높이고 조세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포함해 4조3000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준비 중이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경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세율이 과도하면 자본과 기업의 해외유출 위험이 커진다”며 상속세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시 세율 50%’에서 ‘10억원 초과시 세율 40%’를 적용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최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 할증해 60%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방식도 폐지키로 했다.
25년간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은 26%라고 전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비중이 2021년 기준 0.7%로 미국(0.1%)과 OECD 평균(0.2%)보다 훨씬 높다. 총조세 대비 상속세 비중도 2.4%로 미국(0.5%)의 5배, OECD 평균(0.4%)의 6배에 달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자산가치 상승으로 상속세가 중산층도 내는 세금이 됐다”며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속세 대상 피상속인 수는 2000년 1389명이었지만 지난 해 1만9944명으로 20여년새 14배 늘었다.
정부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녀공제를 확대키로 했다. 지금은 자녀 1명당 5000만원을 공제하지만 5억원으로 공제금액을 10배 늘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토론회에서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쏟아내며 발목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 [사진 = 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호 의원은 “윤석열정부 3년간 감세정책으로 97조 3000억원 감세가 있었다”며 “감세효과는 고소득자에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5년간 국민 개인의 세부담은 21조 8044억원 감소한다. 이 중 서민·중산층 세부담 감소효과는 1조 7456억원이지만 고소득자 세부담 감소효과는 20조 588억원에 달한다.
정 의원은 세수결손 문제도 지적했다. 2023년 56조 4000억원, 올해는 29조 6000억원 등 2년간 86조원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은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데, 경기침체로 법인세수가 예상보다 줄어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상속세 완화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혁신 경제를 저해한다”며 “상속세를 내는 2만명보다 빚 때문에 상속을 포기하는 3만명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도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무게를 실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보다 높은 상속세 부담이 불합리하다는 국민적 인식을 고려할때 최고세율 인하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현재 증여세는 취득가액에 과세하는 반면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에 따라 과세해 일관성이 결여됐다”며 “상속 대신 증여를 선택하게 만들고 조세회피를 조장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상반기 유산취득세 전환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OECD 회원국 24개국 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 한국, 덴마크, 미국, 영국 등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이다.
반면 김현동 배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정부 세재개편안에 따른 세 감면 비중은 서민 중산층은 8, 고소득층은 92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세의 고소득층 편중이 심화됐다”며 “상속·증여세 부담 적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