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2111억원. 한국거래소에 집계된 11월 6일 기준 카카오 시가총액이다. 올해 초 25조7509억원에서 9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어느새 유가증권 시장(코스피) 시총 순위도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11월 6일 기준 시총 순위는 25위다. 시총 경쟁을 펼치던 네이버(11위·28조3463억원)와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워낙 가파르게 시총 규모가 떨어진 탓에 어느새 게임사 크래프톤(24위·16조6453억원)에도 밀린 형국이다. 2021년 시총 3위를 노리던 카카오 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는 반등 조짐조차 없다는 점이다. 모멘텀으로 꼽힌 인공지능(AI) 서비스 ‘카나나’ 공개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보석 결정에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AI 서비스의 경우 기대 이하 평가를 받으며 공개 당일 주가는 오히려 5% 가까이 빠졌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차별화 부족을 지적하며 “과거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등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했던 것처럼 혁신적인 서비스 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계열사 악재까지 겹쳤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매출 부풀리기’ 등으로 회계 처리 기준 위반 혐의를 받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중과실’ 판단을 내렸다. 동시에 관련 자료를 검찰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숨 돌릴 틈 없는 총체적 난국이다. 카카오 주가 하방 압력 요인 3가지를 살펴봤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0월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요인1. 사법 리스크 꼬리표
김범수 보석 5일 만에 압수수색
카카오 주가 하방 압력 요인 중 하나는 계열사가 겪는 사법 리스크다. 특히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칼날이 매섭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1월 5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 7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2일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다른 플랫폼과 제휴 협약을 맺은 뒤 영업비밀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시 일반호출 등을 차단하겠다고 압박했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영업상 비밀이라기보다는 콜 중복을 최소화하기 위한 데이터”라며 “출발·도착 좌표, 이동 경로, 실시간 GPS 등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정보”라고 반박했지만 공정위 조사는 멈추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칼날은 이뿐 아니다. 하루 뒤인 11월 6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매출 부풀리기’ 혐의를 받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중과실’ 판단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이 주장한 ‘고의 1단계’보다 제재 수위는 낮아졌다. 다만 문제는 남아 있다. 사안 관련 자료를 검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고의 징계를 하지 않은 사안의 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건 이례적이다.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칼날이 얼마나 지독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증권선물위원회 중과실 판단과 상관없이 회계 위반 혐의도 다시 손을 댈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부터 매출 부풀리기 혐의를 받아왔다.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은 ‘가맹 계약’을 맺는 가맹 택시 회사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반대로 케이엠솔루션은 ‘업무 제휴 계약(차량 운행 데이터 제공, 광고 홍보물 부착 등)’에 따라 가맹 택시 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게 운행 매출의 16~17%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을 하나의 계약으로 판단, 수익 총액(가맹 계약 수수료)에서 지급 비용(업무 제휴 계약 수수료)을 제외한 수익만 ‘매출’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두 건은 전혀 별개 계약
이기 때문에 현재 구조처럼 수익 총액을 매출로 인식하고, 업무 제휴 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돈은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후 지적을 받아들여 순액법을 적용한 재무제표로 감사보고서를 정정 제출했다. 하지만 중과실 판단은 피해가지 못했다.
요인2. 위기 견뎌낼 본업도 말썽
콘텐츠 부문 분기 매출 1조 밑돌아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본업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카카오 매출은 크게 ‘플랫폼(톡비즈·포털비즈 등)’과 ‘콘텐츠(게임·스토리 등)’ 부문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연간 매출만 놓고 보면 전체 52.9%(약 4조원)가 콘텐츠 부문 매출이다.
올해 들어 콘텐츠 부문 하향세가 두드러진다. 카카오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9214억원, 영업이익 13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2조311억원이다. 3분기 매출 부진 원인은 콘텐츠 부문 하향세다. 3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은 97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5% 감소다. 콘텐츠 부문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밑돈 건 202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게임 사업 부진이 지속되는 와중에 글로벌 사업 확장 선두 주자로 꼽히는 웹툰 부문까지 휘청인다는 게 문제다. 카카오 웹툰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도네시아와 대만 웹툰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관련 업계는 네이버웹툰의 ‘라인웹툰’ 벽을 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실제 올해(1~9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카카오엔터의 인도네시아·대만 점유율은 10% 안팎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6% 수준에 그쳤다. 반면 라인웹툰 점유율은 각각 70~80% 수준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 부문 실적 부진을 두고 비핵심 사업 정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인3. 불투명한 미래 방향성
“다운사이징 그 이후 답을 달라”
카카오의 방향성을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카카오는 올해 초부터 코어 사업과 논코어 사업 분류에 나섰다. 실질적 결과물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스페이스와 카카오브레인을 합병했다. 지난 9월에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 지분 37.5%를 785억원에 매각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와이어트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카카오헤어샵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지난 8월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 수는 123개다. 지난해 말 138개에서 15개 줄었다.
증권가는 카카오가 계열사 정리로 확보한 매각 대금 활용법이 향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카카오는 이렇다 할 방향성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운사이징으로 외형 축소는 불가피하고, 다이어트가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승 트리거를 찾기 쉽지 않다”며 “카카오의 기존 성장 공식은 확장과 성장이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로 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밸류에이션 배수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다운사이징 과정에서 카카오가 제대로 된 ‘성장 공식’을 찾아낼 수 있을지 불확실한 만큼, 시장에 다운사이징 이후 방향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 출소로 계열사 몸집 줄이기와 이후 방향성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여전히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둘러싼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제대로 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