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4년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했다. 한국은행도 한달 뒤인 지난 10월 11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3년 2개월간 이어져 온 기나긴 통화긴축시대는 일단 막을 내렸다.
일본을 빼고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중동 산유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앞서 물가 잡기에서 경기 부양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피벗’ 대열에 동참했다. 한국도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를 따라갈 듯 보인다. 2025년 초쯤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빅컷’이 아닌 ‘베이비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한국은행은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자 금리 인상을 주저했다. 그러나 2024년 4분기로 접어들며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며 보다 탄력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 한국 간 금리가 역전된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나라는 상당히 천천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준금리 3.25%는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상황의 금리보다 여전히 높기 때문에 내수 부양을 위해 더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보일 것”이라며, 두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시장금리(국고채 3년 금리 평균)는 2024년 3.12%에서 2025년 2.57%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고채 만기 전 구간이 이미 기준금리 3회 인하를 반영하고 있어 향후 시장금리 낙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공행진 중인 대출 금리가 당장 내려가기는 어려워 당장 경감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지난 2024년 7월 이후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시장금리를 거슬러 인위적으로 올렸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란 전망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인 은행채 금리는 심지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아래 시중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현상은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초저금리’ ‘유동성 확대’ ‘레버리지 활용’이 맞물리며 자산가격이 폭등했다. 2022년 금리를 올린 이후에는 안전자산 수익률이 크게 늘어나며 시중자금이 예금과 채권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예금 금리가 연 2%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지금의 금리 인하 수준으로는 증시로의 자금 이동은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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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