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치솟으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에 문제가 없는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외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제금융시장도 요동치는 상황에서 대외준비자산으로서 외환보유고는 마지막 보루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달러당 1400원대 환율 고착화 우려 =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일 종가 기준 달러당 1406.6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초까지 1300원대 초반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던 것에서 트럼프 후보 당선가능성이 커진 10월 중순이후 1300원대 후반까지 오르더니, 지난 12일(1403.5원) 1400원대를 넘어섰다. 이 기간 장중 1410원까지 오르는 등 최근 환율 변동성은 가파르다.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1월 7일(1401.2원)이후 2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최고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달러당 142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오르는 것은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이 크고, 주요국 통화 모두 약세”라며 “연말까지 상단 기준 142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 달러당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으로 내다보는 배경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도 최근 과도한 변동성에 대한 우려와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4일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른 공조·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며 “금융 및 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말했다.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경우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2년 전 강달러 때나 외환위기 때와는 달라 더 이상 큰 폭의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M증권은 13일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해 당분간 강달러 흐름이 이어져 1400원대 안착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를 또 다른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최근 환율 급등을 우려하지만 2년 전과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외환위기와 달라 지금은 우리가 채권자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외채무 가운데 단기부채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21.6%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같은 기간 순대외채권(3815억달러)이나 순대외금융자산(8585억달러)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당장 위기에 노출된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시장개입시 외화준비금 4000억달러 깨질 수도 =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하는 외화준비자산이 적정한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아니어서 항상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최근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10월(4692억달러)에 비해 535억달러(11.4%) 줄었다. 특히 2022년 외환시장에서 내다 판 달러가 연간 458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2022년 9월 달러당 1445.0원까지 치솟던 3분기에만 175억4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따라서 한은과 당국이 향후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외화준비금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자칫 2018년 6월(4003억달러) 처음 4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6년 4개월 동안 유지하고 있는 4000억달러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204억달러까지 줄었던 외환보유액이 △2001년 9월 1001억달러 △2005년 2월 2022억달러 △2011년 4월 3072억달러 등 빠르게 외화준비자산을 늘려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는 데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우리는 무역으로 먹고 살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나라여서 대외 환경에 대단히 취약하다”며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한 가장 큰 방파제는 외환보유고를 튼튼히 쌓는 것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날 때마다 준비금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순대외금융자산이 8000억달러가 넘지만 개인과 기업 등 민간이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정부가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해야 한다”고도 했다.
내일신문 백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