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부동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점차 외면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 경쟁력 약화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소외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2일 금융 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상장 폐지된 ETF를 제외하고 삼성전자를 구성 종목에서 뺀 ETF는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KODEX 모멘텀Plus ▲KODEX 아시아AI반도체exChina액티브 ▲TIGER 글로벌AI액티브 등 총 7개로 집계됐다.
▲KODEX 배당성장 ▲TIGER 배당성장 ▲KODEX 배당성장채권혼합 등 배당 성장 ETF들도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이들 ETF는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코스피 배당성장 50지수'를 추종한다. 거래소는 지난 6월 정기 변경을 통해 삼성전자를 이 지수에서 제외했다.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 초라하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새롭게 편입한 ETF는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 ▲HANARO 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 ▲TIGER MKF배당귀족 ▲파워 K-주주가치액티브 등 4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는 SK하이닉스를 선물로 편입하고 있다. 실제로는 3개 ETF만이 삼성전자를 선택한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를 새롭게 편입한 ETF는 8개에 달한다. ▲ACE Fn5G플러스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KoAct AI인프라액티브 ▲KOSEF K-반도체북미공급망 ▲RISE 글로벌메타버스 ▲UNICORN SK하이닉스밸류체인액티브 ▲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액티브 등이다. 이 가운데 4개 ETF는 올해 신규 상장됐다.
AI 반도체 테마가 글로벌 증시를 휩쓸면서 국내에도 관련 ETF가 다수 출시됐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는 '찬밥' 신세다. 기존 ETF들도 리밸런싱을 통해 SK하이닉스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주요 투자 대상을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변경했다. 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액티브도 초기에는 SK하이닉스를 편입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비중을 9% 이상으로 늘렸다.
삼성전자가 ETF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로는 'HBM 경쟁 주도권 상실'과 'AI 반도체 공급망 소회'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ETF 운용사들이 삼성전자를 제외하는 움직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주요 종목에서 제외된 삼성전자는 앞으로 투자 매력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메모리 사업은 D램과 낸드 모두 세계 시장에서 오랫동안 선두를 유지해왔다. 1992년 D램 시장 1위, 이듬해인 1993년 메모리 전체 1위에 오르고서 2002년 낸드도 1위에 등극한 뒤 지금까지 왕좌를 지켰다.
그런데 AI 열풍을 기점으로 메모리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메모리 수요가 AI로 쏠리고 레거시 메모리를 쓰는 기존 IT 기기의 수요 침체는 깊어졌다. 이런 상황 속 HBM에서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가 급부상하고, 범용 D램이 주력인 삼성전자가 뒤처지는 양상이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HBM 시장에 뛰어들어 후발주자로서 추격에 나섰지만, D램 사업에서 아직 HBM 비중이 크지 않아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는 등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내 대표 '전략통'이자 옛 미래전략실 출신 김용관 사장도 DS부문에 신설된 경영 전략담당을 맡아 위기 타개에 가세했다.
출처 : 파이낸셜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