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속도는 다소 누그러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히려 국내 증시 변동성을 주도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라는 의견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 수급은 예상보다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다"며 "선물로 시야를 확대하면 지난 4일 이후 5거래일간 외국인 코스피 누적순매도는 1조1000억원이지만 같은 기간 선물을 8000억원(1만713계약) 순매수했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해당 기간 1420원대 후반~1430원대에 안착했다"며 "주식시장에 비친 외국인 모습은 상대적으로 침착했다"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끼친 다른 변수로 △경기 개선 양상 △중국 부양책 기대감 △수출주 환차익 효과 △역사적 최저치에 가까운 밸류에이션 등을 꼽았다.
그는 "코스피 12개월 후행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지난 9일 연저점 당시 0.8배 전후로 하락했다"며 "해당 레벨은 유동성 리스크로 번지지 않는 국면에서 역사적 최저치에 가깝다. 저가 매수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외국인은 8000억원 규모 선물 매수로 국내주식 비중을 확보했다. 지난 5거래일간 외국인으로부터 선택을 받은 순매수 상위 종목은 NAVER (214,500원 ▲5,500 +2.63%), SK하이닉스 (169,900원 ▼500 -0.2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98,500원 ▲7,500 +2.58%), 두산에너빌리티 (17,290원 ▲110 +0.64%), 현대로템 (47,600원 ▲1,600 +3.48%), POSCO홀딩스 (269,000원 ▼2,000 -0.74%) 순이다.
반대로 외국인 순매도 상위는 삼성전자 (54,000원 0.00%), KB금융 (85,100원 ▲1,800 +2.16%), 신한지주 (50,400원 ▲450 +0.90%), 하나금융지주 (59,100원 ▲1,800 +3.14%), 현대차 (209,000원 ▼1,500 -0.71%), 기아 (96,800원 ▲1,000 +1.04%), 고려아연 (1,452,000원 ▼80,000 -5.22%) 등 이다.
노 연구원은 "정책 영향력으로부터 민감할 수 있는 종목군을 주로 순매도했다"며 "외국인은 반도체, 방산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했고, 정책 관련주(밸류업 등) 비중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정책 공백에도 외국인은 국내 주식 비중 축소 속도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을 견인한 주체는 오히려 개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급 중심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현재 상황은 중장기 방향성에 부정적이지 않다"며 "다만, 오는 12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고비인 만큼 이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