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 탄핵때와 비교
과거엔 수출 年20% 늘었는데
최근 4개월 연속 증가율 둔화
가계소비·기업투자 부진 겹쳐
원화값 1300원대 탈환 어려워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 우려
2차 탄핵소추안 발의를 앞두고 증시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가운데 수출 경기가 코스피 반등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두 차례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수출이 회복 국면이어서 환율이 안정적이었고 외국인 순매수 추세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출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1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2% 상승해 2442.51에 거래를 마쳤다. 계엄 발표 다음 날인 4일 이후 6거래일간 2.4% 하락했다. 그 기간에 외국인들은 1조1000억원을 코스피에서 순매도했다. 다만 12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두고 외국인은 선물을 순매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현물은 팔면서도 지수 상승 가능성을 선물로 헤징하는 것이다. 12일 파생상품 만기일, 14일 탄핵소추안 의결이라는 빅 이벤트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지가 향후 코스피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코스피는 국정농단 관련 보도가 시작되던 2016년 10월 10일 2056.82에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12월 9일 2024.6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나던 이듬해 3월 10일 2097.35, 조기 대선이 치러진 5월 9일엔 2347.35까지 올라갔다.
오히려 코스피가 하락하던 시점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를 매수했다. 2016년 10월엔 4600억원을 매수했고 본격적으로 탄핵 논의가 시작되던 11월 1조8400억원, 탄핵안이 가결된 12월에는 4500억원을 순매수했다. 탄핵 여부 불확실성이 불거진 1월부터 2조원 순매도로 돌아서긴 했지만 2월엔 다시 6800억원을 순매수였다.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이 예상됐던 노무현 탄핵 정국 때도 외국인들은 코스피를 순매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당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보다 11.8원 하락했고,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때는 전일보다 7.4원 하락해 이번 계엄 충격 때와 비슷하다.
다만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2016년 10월 1120원이던 달러당 원화값은 두 달 후 1200원대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다음해 1월에는 1140원까지 오르며 안정을 되찾았다.
환율은 수출 증가율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2017년부터 전년 대비 20%씩 늘어나는 수출증가율이 매달 이어지자 달러당 원화값이 상승했다. 외국인 매수 또한 수출 증가로 인한 주요 기업 실정 상향 전망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증권가에서도 탄핵이나 선거는 단기적인 효과만 가지고 있지만 계엄 이전에도 수출 둔화와 기업 이익 하향 추세가 이어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장권 LS증권 연구원은 “지금이 과거 사례와 가장 다른 점은 증시 펀더멘탈이 부진하다는 것”이라며 “과거 탄핵 정국 때는 코스피 밸류에이션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수출 증가율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지난 1월 수출 증가율이 고점을 찍었다가 지난 8월(10.9%)부터 꺾여 11월(1.4%)까지 4개월 연속 둔화하는 흐름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가계의 소비심리 약화, 기업 투자 유보 등은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원화 약세에 일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취약한 국내 경기 펀더멘털,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 갈등을 감안할 때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로 돌아오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