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와 합작, 6조원 투자
지난 10월 24일 목요일 베이징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ATL)의 가오 후안 중국 전기차 사업부 CTO가 최신 프리보이 슈퍼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장점유율 기준 세계 1위(약 36%)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세계 4위권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최대 41억유로(약 6조18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는다. 독점에 가까운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 CATL의 유럽 세 번째 생산 거점이다. CATL은 유럽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공장 10여 개 건설을 추진하며 배터리 원료 광물부터 배터리셀까지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주요 경쟁자인 노스볼트가 전기차·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최근 파산하고, 한국 배터리 기업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을 노린 중국 기업의 공세가 더 거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ATL과 스텔란티스는 10일 스페인 사라고사에 최대 50GWh(기가와트시) 규모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2026년 말 가동 목표로 건설하기로 하고 최대 41억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저가 소형 전기차 배터리 기준 연간 100만대 규모다. CATL은 2022년 완공한 독일 공장, 작년 착공한 헝가리 공장에 이어 유럽 서부권에도 생산 거점을 추가하게 된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은 특히 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와 완성차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춘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다. 유럽연합(EU) 주요국과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이나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해결하기 위해 노스볼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노스볼트는 기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양산에 실패해 최근 파산했다.
노스볼트가 퇴출당하면서 유럽 배터리 시장에선 한중 경쟁이 더 치열해졌지만, 중국 기업의 공격적 투자로 시장을 더 내줄 위기에 처했다. 캐즘 여파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유럽 생산 거점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에너지 저장 장치)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거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식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2021년 약 70%였으나, 최근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중국 배터리는 10%대에서 50% 수준으로 올랐다.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