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전일 기술주 급등 하루만에 다시 하락세로 톤다운 됐다. 소비자물가에 이어 나온 도매물가가 예상보다 높다는 소식에 전일 주요주 상승폭이 과했다는 자제심리도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전일 2만선을 사상처음으로 돌파했던 나스닥 지수도 다시 19,900대로 내려 앉았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44포인트(0.53%) 하락한 43,914.12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32.94포인트(0.54%) 떨어진 6,051.25를 나타냈다. 나스닥은 132.05포인트(0.66%) 내려 지수는 19,902.84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일 애플을 제외하고 큰 폭으로 상승했던 매그니피센트7은 조정세를 이뤘다. 엔비디아가 1%대 초반 하락했고, 알파벳도 연이틀 5%대 급등세를 마무리하고 1% 중반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은 0.6% 상승했지만 메타 플랫폼과 아마존은 약세를 면치못했다. 전일 큰 폭으로 올랐던 테슬라도 1% 초반 하락했다.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키스 뷰캐넌은 "인플레이션 저감의 궤적은 확실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려스럽다"며 "물가가 연 3% 이하로 떨어지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인 2%에 가까워져 가면서는 진전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뷰캐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준이 내주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CME 페드와치(FedWatch)에 따르면 기준금리 예상은 25bp(1bp=0.01%p) 인하 가능성이 95% 수준이다.
미국의 11월 도매물가 상승률이 예상의 두 배로 집계됐다. 전일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심상찮은 물가 상승세로 여겨진다.
이날 미국 노동부 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전월비 0.4%, 전년비 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존스 합의 추정치가 전월비 0.2%였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높은 상승으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차로 분석된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비 0.2% 증가해 예상에 부합했다. 여기에 무역서비스까지 제외한 PPI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11월에는 상품가격이 0.7%나 상승해 평균을 높였다. 통계국은 식품가격이 같은 기간에 3.1%나 급등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식품류 중에서 닭고기와 달걀(도매)이 54.6%나 폭등했다. 전일 나온 소매판매 지표에서도 계란 가격은 8.2% 올랐고, 전년비로는 37.5%나 상승했다. 에그 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서비스 비용은 0.2% 올랐고, 무역은 0.8% 상승했다.
노동부는 이날 지난 7일자로 끝난 주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24만 2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 22만건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전주에 비해서도 1만 7000건 높은 수치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내주 18일 FOMC(공개시장위원회) 결과로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ME 페드와치의 금리인하 전망은 98%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2~3% 수준에서 완강히 버티고 있지만 연준 위원들은 노동시장의 긴장감을 우려하고 있다. 비농업고용이 2020년 말 이후 매달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둔화되는 추세다. 실업 수치도 차츰 늘어나면서 그동안 억제해온 고용시장의 냉각이 급격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연준의 긴축완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자가 강조하는 불법이민자 퇴출정책도 고용시장을 급격히 냉각시킬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미국 사회의 하층 노동수요를 불법이민자들이 적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대체해 왔는데 이들이 사라지면 임금상승이 본격화하고 일자리 수요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서비스 타이탄(ServiceTitan)이 이날 상장에 성공해 주당 71달러의 공모가 보다 42% 이상 높은 10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회사는 6억 2500만 달러의 모금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첫 날 거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미국 증시의 활기찬 모습을 증명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위즈덤트리 수석 경제학자이자 재무 교수인 제러미 시걸은 "내년 증시가 올해나 지난해만큼 좋을 거 같지는 않지만 상승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아마도 내년은 5~10%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내년 시장은 최근의 매그니피센트7의 급등보다는 그를 기반으로 한 더 광범위한 시장의 매매확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