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잇따른 탄핵 정국 속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 와중에도 순매수한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침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SK하이닉스를 2312억원어치 사들이며 가장 많이 매수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와 ‘트럼프 리스크’ 우려에도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만큼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이어 네이버(188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902억원), 유한양행(703억원), 두산에너빌리티(653억원) 순으로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무서운 기세로 올랐던 인터넷주와 방산주가 계엄 사태 이후 조정을 받자 매수 기회로 활용한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의 매도세는 금융주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주에 집중됐다. 계엄 사태로 현 정부의 정책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6297억원), KB금융(4239억원), 신한지주(1698억원), 현대차(1087억원), 하나금융지주(716억원) 등이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6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핵심 수급 주체인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도 1조764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코스피는 연일 출렁였다. 지수는 지난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300선까지 내려앉은 뒤 다시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400선을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저평가가 심화되면서 저가매수 심리가 살아난 것으로 해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9일 연저점 당시 0.8배 전후로 하락했다”며 “해당 레벨은 유동성 리스크로 번지지 않는 국면에서 역사적 최저치에 가깝다. 저가 매수 원인”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12월 수급 계절성이 강화되며 코스피 반등 조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엄령 사태에도 불구하고 12월 수급 특징인 외국인 선물 매수와 기관 프로그램 매수가 뚜렷하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와 대비돼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가 코스피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