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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투자는 필패?...상장 이후 주가 ‘주르륵’ … 증권사만 배불리나 [MONEY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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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12-14
조회수 4
추천 0

요즘 국내증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주가가 떨어지다 보니 미국 등 해외로 주식 이민을 가는 사례가 허다하다. 아직까지도 ‘국장’에 투자하면 바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국내 증시를 이끌고 가는 삼성전자가 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이외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점, 내부 정보가 쉽게 샌다는 점 등이 언급된다.




국장 불신을 부르는 이유 중 무시하지 못할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신규 기업을 상장시키는,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다. 최근 새롭게 증시에 얼굴을 드러낸 종목은 하나같이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장 첫날 주식시장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피해를 보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의료용 기기 제조사 토모큐브가 지난 11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처음 얼굴을 냈다. 그러나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상장 첫날, 공모가(1만 6,000원) 대비 37%나 떨어진 1만 6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장이 열리자마자 25% 하락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첫날 30%대 하락은 그간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후로 다소 반등했지만 주가는 1만 1,000원 선에 머무른다. 토모큐브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967 대 1로 대흥행을 만끽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1만 3,400원을 초과한 1만 6,000원으로 확정됐다. 상단을 초과하는, 이른바 ‘상초’로 증시에 데뷔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이처럼 공모가 대비 주가가 급락한 종목은 한두 곳이 아니다. 씨메스, 웨이비스, 에이치엔에스하이텍 등이 20% 넘게 하락했다.


자본 시장에서는 증권사의 ‘탐욕’이 개미투자 ‘지옥’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모가는 상장주관사인 증권사들이 희망공모가 범위를 제시하고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가격을 써낸 이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6월부터 ‘초일가점’이라는 제도가 시행됐는데 부작용이 심각하다. 초일가점은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내는 기관에 공모주 물량 배점 가점을 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자 수요예측 첫날부터 높은 가격을 써내는 기관이 물량을 쓸어 담고, 마지막까지 기업 분석을 꼼꼼히 하고 주문을 넣는 기관이 물량을 훨씬 적게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관들은 수요예측 첫날 ‘묻지마 주문’을 넣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결과, 공모가는 대부분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을 초과하는 ‘상초’로 결정됐다. 당초 수요예측 마지막 날 주문이 몰리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초일가점이 오히려 기관들의 ‘공모가 뻥튀기’를 유도한 셈이다.


증권사의 공모가 부풀리기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업 가치를 높여야 IPO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금융 당국은 증권사 공모가 부풀기를 막기 위해 2013년 7월부터 코스닥 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공모 물량의 3%(최대 10억 원)를 의무 인수하고 상장 후 3개월 동안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증권사는 또 다른 우회로를 찾았다. 비상장 단계에서 미리 싸게 매수한 뒤 의무 보유기간이 지나면 팔아 치우는 식이다. 실적에 따른 주가 하락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기관투자자의 무리한 욕심이 불러온 국장 불신이라면 개선이 필요하다.


[Word 명순영 기자 Illust 게티이미지뱅크]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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