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최근 테슬라보다 AI(인공지능) 데이터 분석회사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에 더 열광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팔란티어가 소폭 주가 조정을 받자 한 주에 2억달러가 훌쩍 넘는 순매수를 나타냈다.
지난주 주가가 3년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테슬라도 1억달러가 넘는 순매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지난주 양자컴퓨팅 칩을 공개한 알파벳과 암호화폐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에도 자금 유입이 계속되며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서 5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반면 지난 11월7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주가가 횡보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는 엔비디아는 1억달러 이상 순매도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5~11일(결제일 기준 9~13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5억7329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는 직전주 2억5366만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를 이끈 것은 2억4400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낸 팔란티어였다. 팔란티어는 5주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순매수 규모는 7398만달러→6924만달러→5632만달러로 줄어들다 직전주에는 9814만달러로 늘어나며 테슬라를 제치고 순매수 상위 1위에 올랐다. 지난 5~11일 주간에는 순매수 규모가 2억4400만달러로 폭증하며 또 다시 테슬라를 밀치고 순매수 상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11일 사이에 팔란티어 순매수가 늘어난 것은 저가 매수세 때문으로 보인다. 팔란티어 주가는 지난 6일 76.34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9~10일 이틀간 7.1% 급락하며 70.89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13일까지 3일 연속 상승하며 76.07달러로 올라갔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도 1억3438만달러 순매수하며 5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1월5일 미국 대선 이후 파죽지세의 급등세를 이어가며 지난 11일 424.77달러로 3년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13일 436.23달러로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암호화폐 관련 투자도 계속됐다. 서학개미들은 암호화페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주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코인베이스 콜옵션은 매도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드맥스 코인베이스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CONY)를 7540만달러 순매수했다.
CONY는 월 배당금이 있고 코인베이스 주가가 오를 때 함께 오르지만 주가 상승률이 일정 수준 이내로 제한된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달 초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뒤 조정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2위의 암호화폐인 이더리움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2배 이더 ETF(ETHU)도 5835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5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비트코인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따르는 2배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 역시 4200만달러 순매수됐다.
알파벳이 지난 10일 양자컴퓨팅 칩 '윌로우'를 공개하면서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알파벳 클래스A를 6211만달러 순매수했다. 알파벳 주가는 10~11일 이틀간 11.4% 급등한 뒤 12~13일에는 2.9% 조정을 받았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강세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배당주에 투자하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와 S&P500지수에 투자하는 뱅가드 S&P500 ETF(VOO)도 각각 6124만달러와 5386만달러씩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이 직전주에 2억달러 가까이 대거 순매도했던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3707만달러 순매수한 점도 눈에 띈다. SOXL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반도체주는 지난 11월5일 미국 대선 이후 초강세장에서 소외된 채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SOXL은 직전주에 대규모 실망 매물이 나왔다가 순환매로 반도체주에도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로 한 주만에 순매수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에 좋은 아이셰어즈 만기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는 3652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2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SGOV는 매월 비슷한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하며 분배금 요인 외에는 가격 변화가 거의 없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5~11일 사이에 엔비디아를 가장 많은 1억3784만달러 순매도했다. 직전주에 1억3428만달러를 순매도한데 이어 대규모 지분 축소를 이어간 것이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1월20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11월14~20일 사이에 엔비디아를 1억1970만달러 순매수했다가 주가가 별다른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약세를 보이자 2주 연속 실망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도 1831만달러 순매도됐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는 8575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나스닥100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차익 매물이 출회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식은 순매수하면서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와 티렉스 2배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T)는 각각 6979만달러와 1424만달러 순매도했다.
2배 레버리지 ETF는 테슬라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2배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대응하기가 부담스러워 주가가 급등한 김에 차익 실현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을 세계 최대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어 비트코인 대체 투자로 각광받아온 마이크로스트레티지도 6103만달러 순매도됐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가 지난 11월20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조정을 받은 직후에는 저가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으나 반등 움직임이 시원치 않자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 ETF(BITU)도 3250만달러 순매도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관련 ETF별로 차익 실현과 추격 매수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미국의 장기 국채들로 구성된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는 4000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TMF는 지난 11월7~13일 주간부터 5주 연속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TMF는 미국 국채수익률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주지 못하자 가격 움직임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TMF 가격은 국채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 11월 말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3936만달러 순매도됐다. 매그니피센트 7 중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는 애플이 717만달러 소폭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나머지 테슬라와 알파벳, 아마존(2423만달러), 메타 플랫폼스(1151만달러)는 매수 우위를 보였다.
양자컴퓨팅 회사인 아이온큐는 2434만달러 순매도를 나타내며 차익 실현이 이어졌다. 아이온큐는 주가가 단기 급등해 최근 알파벳의 양자컴퓨팅 칩 발표에도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13일 하루만에 12.8% 급등했다.
반면 또 다른 양자컴퓨팅 회사인 리게티 컴퓨팅은 3648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이며 3주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리게티는 알파벳 호재로 10~11일 이틀간 주가가 65% 급등했다가 12일 19.1% 급락했다. 하지만 13일에는 19.9% 급반등하는 등 주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