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가파르게 치솟는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끌어올릴 전망입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오는 현지시간 20일 기준금리를 21%에서 23%로 2%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경제분석가들이 예상한다고 미 경제 매체 CNBC가 16일 보도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선임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인 리암 피치는 지난주 메모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월 대비 8.9%로 상승세가 가속했고, 향후 몇 개월간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대폭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해 내년 말에는 9.0%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최근 기업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앙은행이 물가와의 전쟁에서 지고 있고 금리를 다시 가파르게 인상해야만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며 "우리는 2%포인트 인상을 예상하지만, 더 크게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7.5%에서 16%로 인상한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7월과 10월에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추가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4%)를 점점 더 크게 벗어나자 기준금리를 1년 반 만에 무려 13.5%포인트 끌어올린 것입니다.
현재 기준금리 21%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보다 높다. 당시 러시아 중앙은행은 서방의 제재로 인한 자금 유출과 루블화 가치 급락에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끌어올린 뒤 같은 해 9월까지 7.5%로 점차 낮춘 바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하면서 내놓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여름에 했던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수요 증가가 상품과 서비스 공급 확대 능력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특히 심각하다. 버터, 계란, 해바라기유, 채소류 등 식료품 가격이 두 자릿수로 치솟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노동력과 공급 부족을 초래해 임금과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러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높은 생활비를 서방의 제재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분석가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와 알렉산더 콜얀드르는 전쟁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루블화 약세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들은 "막대한 재정 지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루블화 움직임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비즈SBS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