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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 뛰어도 판매가 못 올려” 부산기업들 고사 위기
1
내일은없다
12-18
조회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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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지역 30개 기업 모니터링…원·달러 환율 6개월새 100원 ↑

- 철강·식품업계 등 수입비용 급증

- 경제 불확실성 속 고환율 직격탄

- 자체 대응 못해 지자체 대책 절실


중국 등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한 철근을 국내에 판매하는 부산의 A 철강업체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납품받은 철판 값을 치르려니 6개월새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결제 대금은 약 300만 달러로 이날 환율(1438.9원)을 적용하면 약 43억 원이다. 납품 당시 환율로 계산한 금액보다 3억 원이 늘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다 보니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완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도 없어 무방비로 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며 부산지역 중견·중소기업이 원자재 결제대금 급증을 비롯해 환차손 영업이익 감소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의 한 철강업체에서 생산한 철근이 쌓여 있다. 국제신문 DB

대게나 크랩 등 러시아산 수산물을 수입해 판매하는 B 식품은 환율 때문에 존립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이 업체는 배가 들어올 때마다 100만 달러 정도를 즉시 대금 결제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환율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B사 관계자는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가 어렵다. 경기도 안 좋은데 아예 구매를 안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사업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단을 수입해 의류를 제조 및 판매하는 C 사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금결제 담당자가 매일 출근해서 하는 주요 일과가 환율 모니터링이다. 그나마 환율이 좋을 때 결제하려고 수시로 상황을 보고 있다”며 “올라갔던 환율이 도무지 내려가질 않고,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며 지역 중견·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 후 가공해 판매하는 대다수 지역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생산비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게 가장 근본 방안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역 기업은 원청업체와의 계약 구조 탓에 제품가격 반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업체도 판매량 감소를 우려해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지역 기업 대부분이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외환 당국의 환율 안정화 조치 등 경기를 부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7일 철강·식품 등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부산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지역 수입기업 영향 및 피해상황 긴급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들 기업 대다수가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수입 비용 증가에 따른 환차손, 영업이익 감소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고 내수 판매 위주가 주를 이루는 기업일수록 피해가 컸다.


지역 상공계는 지역경제 흐름에 비상등이 켜진 만큼 세제 완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국내외 정세 급변으로 환율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외환당국의 조속한 조치와 함께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다방면의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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