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이번엔 추경 소신발언…"늦으면 효과 작아"
"경제심리 회복 중요…경제시스템 정상작동 보여줘야"
"물가, 내년 중 목표치서 안정…환율·내수회복 등 변수 "
11월 '깜짝' 인하에 대해선 "신호 충분히 줬다고 생각"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한은 입장에서는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늦게 할수록 경제 전망 기관들이 이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낮은 성장률을 전망할 수밖에 없고, 그 낮은 성장률은 또 (경제) 심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 이 경기에 대한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가급적 여야정이 이른 시일 안에 합의해 새로운 예산안을 발표하는 것이 경제 심리에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엔 추경에 대한 ‘소신’ 발언에 나섰다. 통화정책 수장인 한은 총재가 재정정책의 조기 집행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총재는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의 조속한 집행이 필요하다면서 “장기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경기 부양책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타깃을 두고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발등에 불’ 물가설명회지만 관심은 경제상황에 집중
한은이 1년에 두 번 개최하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추경 관련 발언이 나온 것은 현 경제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촉발한 정국불안으로 경제 주체들의 투자심리는 급락했고,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에 대해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모두 발언에서 “오늘 간담회는 원래 물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자리지만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계시는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최근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운을 뗐다.
그는 “정치 프로세스가 앞으로 한 몇 개월 가는 동안 경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면 국민들도 마음을 많이 놓고 해외에서 우리를 보는 믿음도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추경과 같은) 중요한 경제 정책을 빠른 속도로 합의해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은도 금리인하기에 진입한 만큼 내년으로 넘어가며 여러 상황과 경제 지표들을 보면서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을 조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염두에 둬야 하냐는 질문에는 “데이터를 봐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로 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중소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준재정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재정 정책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또 환율 상승과 추경이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430원대로 계속 유지될 경우 물가 상승률에 0.05%포인트 상승 요인으로 예상됐다. 추경의 경우 “현재는 경기에 대한 하락 압력이 있는 상태에서 재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물가에 주는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인플레보다 저물가 우려…한은 “1~2년 내 그럴 일 없다”
물가와 관련해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보다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석달 연속 1% 대를 기록하는 등 목표치에 비해 낮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경제 전반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너무 낮은 물가는 소비와 투자를 지연시키고 기업 수익성과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은은 “최근 물가가 1%대로 낮아져 있지만, 2025~2026년 중에 1% 이하의 저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공급·수요측 물가 압력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국내경제가 1%대 후반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근원물가와 밀접한 민간소비도 2% 안팎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남아 있고 강달러 기조와 이상기후 등의 물가 상승 요인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지호 조사국장은 “결국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이 물가가 올라갔을 때는 금리를 올리고 물가 상승률이 좀 낮아졌을 때는 금리를 그에 맞춰서 내린다는 신뢰를 쌓아서 물가 목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 한국은행)
장영은(bluerai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