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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기차 폭주에, 혼다·닛산 합친다…현대차 제치고 '세계 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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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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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자자동차 사장의 8월 공동 기자회견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 전기차의 ‘무서운 질주’가 글로벌 제조업계의 구조조정으로 번지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일본 2위 완성차 기업 혼다와 3위 닛산이 회사를 합친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현대차그룹을 밀어내고 글로벌 3위(판매량 기준)의 자동차 공룡으로 올라선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기업결합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조만간 체결한다. 지주회사를 설립해 두 회사가 그 아래로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장기적으로는 닛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자동차까지 합쳐질 가능성이 크다. 혼다와 닛산은 현재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다.


지난 3월 처음 협력 계획을 내놓은 양사는 올 8월 공동으로 차세대 소프트웨어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 플랫폼 양산, 전기차 기술·부품 공통화 등 협력을 구체화해왔다. 합병은 아예 ‘한 이불’ 속에서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시도다. 닛케이는 이번 합병 추진에 대해 “역사적인 구조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한 이불을 덮게 된 데는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톱10에도 들지 못할 만큼 시장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세계 전기차 1위 비야디(BYD·22.3%)와 2위 테슬라(11.0%)는 이 시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4위), 현대차·기아(7위), BMW(8위), 스텔란티스(9위) 정도다. 세계 1위 토요타(14위)도 전기차에선 후발 주자다. 이번 합병 결정은 미국 테슬라의 ‘혁신성’, 중국 BYD의 ‘가격경쟁력’ 등에서 번번이 밀린 일본차의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자자동차 사장의 8월 공동 기자회견 모습. AP=연합뉴스


‘안방’(일본 시장)까지 내주고 있는 상황은 혼다와 닛산의 위기감을 더 키웠다. 2022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BYD의 올해 1~3분기 판매량(1742대)은 지난해 대비 96.6% 늘었다. 특히 일본 완성차기업의 먹거리였던 동남아·남미 등 수출시장도 BYD가 속속 장악하며 혼다·닛산 등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닛산은 지속된 경영악화로 지난달 생산능력을 20%, 인원을 9000명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경진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래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씨앗’은 제대로 심지도 못했다.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등의 연구개발(R&D)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닛산은 2010년 전기차 ‘리프’를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에서 초반 선전했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고, 하이브리드차는 개발도 하지 못했다. ‘전기차 지각생’ 취급을 받는 혼다는 올해 초 “출발점(0)으로 돌아가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2026년 ‘0시리즈’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경진 기자


한편으론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제조업체인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의 ‘전기차 군침’이 두 회사의 결합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닛케이)도 있다. 2019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훙하이가 고전 중인 닛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훙하이는 닛산 경영 참여 수단으로 프랑스 르노가 신탁은행에 맡긴 닛산 주식에 주목했다”며 “현재도 22.8%(9월 기준)의 닛산 주식이 신탁 은행에 있고, 훙하이는 그 주식을 매입해 닛산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훙하이의 ‘의도’를 확인한 닛산이 방어 대책으로 혼다와의 합병을 추진했다는 분석도 보탰다. “혼다 역시 훙하이 동향을 경계하고 있었다”며 “훙하이가 닛산에 대해 적대적 주식 공개매입(TOB)을 하면 혼다가 ‘화이트 나이트(우호적 매수자)’가 되는 것도 검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두 회사의 경영 통합이 성사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크게 재편된다. 혼다·닛산·미쓰비시(지난해 판매량 합계 813만대) 연합이 현대차·기아(730만4000대)를 밀어내고 토요타(1123만3000대)·폭스바겐(924만대)에 이은 3위 자리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의 통합이 성공하려면 미국 등 각국 경쟁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두 회사의 합병 승인에 특정 조건을 제시하거나, 양보를 구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시장을 두고 중국차와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우명호 고려대 자동차융합학과 석좌교수는 “혼다·닛산의 경영전동화에서 뒤처진 두 회사의 ‘벼랑 끝 전술’”이라고 평가하며 “중국 제조업체들도 합종연횡으로 덩치를 더 키울 것이라 앞으로 모든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최종 싸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최선욱·고석현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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