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트럼프 장남 회동
'해외 기업인 유일 초청' 이재용
최태원·김승연·정의선 등 CEO
'민간 사절단' 외교 행보에 주목
대통령 탄핵 정국 속 민간 기업인들의 대미 외교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지난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승연(앞줄 왼쪽부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트럼프 대통령, 허영인 SPC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대미 외교 공백을 재계 수장들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거나 '트럼프 측근' 인맥을 총동원해 가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접점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회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저를 방문 중이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그리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대미 외교에서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이고도 발빠르게 치고 나간 기업인은 정용진 회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친분이 그의 주력 무기다.
트럼프 주니어와 돈독한 사이라는 것이 익히 알려진 정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총 3박4일 일정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다. 방문 일정 중 17~18일 이틀간 대부분 일정을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내달 취임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인적인 초청이 아닌, 정부에서 보내는 특별사절단 일원으로 참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 회장은 M&A를 통해 미국 그로서리 시장에서 외형을 키우는 중이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현지에 설립한 PK리테일 홀딩스를 통해 유통사업을 전개 중이다. 2018년 PK리테일 홀딩스를 통해 미국 현지 유통기업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뉴시즌스 마켓'을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이 주최한 기업 대표 간담회에 해외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정을 받았던 이재용 회장도 대미 외교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 로비자금 추적단체인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삼성의 주요 미국 법인들이 쓴 누적 로비 자금이 역대 최고치인 569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대관을 강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 팀을 실 단위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민간 대미 외교 행보도 주목된다. 최 회장은 내년 2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되는 제4회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DP)에 참석한다.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으로 참석해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글로벌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2025년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제인 행사에 트럼프 당선인을 초청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의장으로 최근 선임됐다. 재계에 따르면 SK의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1등 사업자 위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매력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취임식에 초청됐던 김승연 회장도 '미국통'이다. 김 회장은 트럼프 측근인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와 40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최근 마이클 쿨터 전(前)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트럼프 2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쿨터 대표는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등을 역임했다. 한화그룹은 또 한인 2세인 제이슨 박 전 미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영입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외교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을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LG그룹은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성 김 사장 내정자는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로, 주한 미국 대사,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 등을 맡아왔다.
탄핵 정국 속 대미 외교 갈증이 깊어지면서, 재계 수장들의 민간사절 역할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연 기자(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