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이 전선돌격대로 소모되면서 최소 100여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드론 등 최첨단 무기체계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러시아군 안에선 '북한군이 오히려 짐'이라는 불평이 나왔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국정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태용 국정원장을 12·3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다며 고발한 상황으로 이날 조 원장에게 발언권을 줄 수 없다며 정보위 간담회에 모두 불참했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 여당 의원들에게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 1만1000여명 중 일부가 실전에 투입됐다"며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는 1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군) 장성급이 이번 교전 전에도 우크라이나 미사일 드론 공격 등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적은 교전 횟수에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배경은 개활지라는 낯선 전장 환경에서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다는 점, 드론 공격 대응 부족한 점 등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한군은 지난 10월 러-우 전쟁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 도착했다.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최근 쿠르스크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북한군이 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러시아군 사이에서 '북한군이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는 불평이 나왔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북한의 폭풍군단 10개 여단 4만6000명 중 1만1000명이 파병된 것이어서 추가 파병 여력이 있다"며 "전황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북한군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에 따라 (추가) 파병 규모 나올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 파병 관련된 징후들은 포착되고 있다"며 "폭풍군단 내에서 추가 차출설이 돌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훈련 참관 정황이 포착돼 추가 파병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정원은 우리나라의 비상계엄 사태를 북한이 내부 선전용으로 활용하지 않는 데 대해선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대남 무관심 모양새를 견지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내 정치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의 민주적 시스템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면 체제 관리 부담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서 (비상계엄 관련) 사실관계 위주 보도만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내적 여론을 전할 경우 김정은 체제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생길 수 있어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