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부진 반도체도 악영향
환율 급등 부담 속 수출주는 상승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 기조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이탈로 2% 가까이 급락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4340억원, 기관은 50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3334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현·선물 시장에서 7674억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 홀로 코스피에서 8001억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막아내진 못했다.
이에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8.50포인트(1.95%) 급락한 2435.93을 기록했다. 이는 12·3 계엄사태 발생 이전(2500.10)보다 2.6%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일본 닛케이지수(-0.69%)와 중국 상하이지수(-0.36%), 홍콩 항셍지수(-0.56%), 대만 가권지수(-1.02%)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대체로 하락 마감했다.
이번 증시 하락은 미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면서도 향후 2년 금리 전망을 큰 폭으로 상향한 영향이 컸다. 연준은 목표 금리를 2025년 말 3.4→3.9%, 2026년 말 2.9→3.4%로 각각 0.50% 포인트씩 올리며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을 공식적으로 암시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위축됐고, 이것이 외국인의 증시 이탈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08까지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이에 연동돼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 증가로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수출주 등 일부 종목은 환율 급등에 따른 실적 향상 기대감으로 상승 마감했다. 대표적 조선주인 HD현대중공업은 전날보다 5.15% 오르면서 신고가를 다시 썼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K뷰티 관련 한국콜마(1.29%), 코스맥스(2.75%) 등 화장품 업종도 강달러로 인한 이익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했다.
미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실적 부진 여파로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16% 하락한 것도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에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28%, 4.63% 급락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