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신호에 고민할 변수 늘어
인하 필요성 크지만 고환율 부담
일본銀, 불확실성에 3연속 동결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내년 이후 추가 인하에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트럼프 리스크’ ‘비상계엄 사태’ 등 한국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 1월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지만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전날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국(3.00%)과 미국(4.25~4.50%)의 금리 차는 1.50% 포인트로 좁혀졌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그러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 뒤 나온 연준의 매파적 태도는 예상을 벗어났다. 연준은 새 점도표에서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치로 기존 3.4%보다 0.5% 포인트 높인 3.9%를 제시했다. 내년 추가 인하 폭을 1% 포인트에서 0.5% 포인트로 조정한 것으로 이는 시장 예상보다 더 긴축적인 신호다.
그 결과 한은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내수가 더 얼어붙은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에 무게가 쏠리지만 연준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적 태도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폭과 시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그 중심엔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놓여 있다. 미 금리가 시장 기대만큼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추면 환율은 더 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물가상승 압박도 커진다. 앞서 한은은 1430원대 환율 유지 시 내년 소비자물가가 0.05% 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50원을 돌파했다. 일각에선 15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금리 인하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이 매파적 입장을 취한 상황에서 한은의 시간적, 선택적 여유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1월 1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회의 때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을 넓게 가져가려면 환율 변동성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환율 변동 리스크 완화를 위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거래 기한도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금융 당국도 은행의 해외법인 출자금 등 비거래적 외화자산에서 발생하는 환율 변동 시장 리스크는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는 등 환율 안정에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에 올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미국 등 해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0.25%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 7월 금리 인상 이후 3연속 동결이다.
황인호 기자(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