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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외국인 이탈…증시 고환율發 도미노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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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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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예고하자 달러 강세가 심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각에선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탈 등 구조적 요인이 더해지면 내년 1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도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환율→국내 증시 외국인 투자자 이탈→고환율' 구조의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으로 출발해 종일 145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 1402.9원이었던 환율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나 전 세계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 인덱스가 잠잠한 상황에서 유독 원화 가치만 하락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막바지였던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외환시장이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전날 새벽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공개한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내년 금리 인하 폭을 기존 1% 포인트에서 0.5% 포인트로 줄이는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는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내년에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이에 연준의 통화정책 입장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고공 행진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자극, 주가를 끌어내렸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외국인 단기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뺄 수 있다.


실제 전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5%(48.50포인트) 하락한 2435.93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일보다 1.89% 내리는 등 양대 시장 지수가 나란히 2% 가까이 급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4287억 원, 5098억 원가량을 순매도했으며, 코스닥에서도 각각 200억 원, 113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문제는 국내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가 다시 고환율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이끈다는 점이다. 또한 원자재나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기업들은 고환율이라는 악재를 맞닥뜨리게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달러로 대금을 결제하는 일부 수출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투자비 증가 등의 우려가 있어 리스크로 작용한다. 실제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환율 변동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도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강달러 추세가 장기화하면 설비 투자 비용이 증가한다. 수입하는 웨이퍼나 원자재 가격 상승도 수익에 타격을 준다.


배터리 업계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강달러로 투자액 부담이 늘어날 예정이다. 정유업계는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여서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상반기 환율 전망도 높아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ed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이에 따른 미국 외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 당시 고점도 돌파한 현재 환율 레벨이 오버슈팅이라는 판단은 유지하지만. 내년 상반기 평균 환율 전망은 1380원에서 1400원 초반으로 상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달러 지수의 순환적 하락이 전망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이에 따른 다른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또한 "매파로 돌변한 연준 여파로 한국은행은 내년 1월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달러·원 환율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라며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1450원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뉴데일리 경제 홍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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