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탑픽]
서학개미들이 최근 주가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온 테슬라를 대거 추격 매수했다. 테슬라 랠리에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 즉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때문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외에도 맞춤형 AI(인공지능) 반도체회사인 브로드컴과 AI 데이터 분석회사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양자컴퓨팅 테마로 주목받고 있는 알파벳과 실스크 등 이미 급등한 종목들을 두려움 없이 추격 매수하는 모습이다.
반면 최근 주가 흐름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엔비디아와 반도체주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해선 매도 우위를 이어갔고 최근 주가가 상승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은 차익 실현을 위해 순매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2~18일(결제일 기준 16~20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6억2538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는 6주째 매수 우위로 이 기간 중에 4주간은 순매수 규모가 5억달러를 넘었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지난 12~18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순매수를 이끈 것은 테슬라였다. 서학개미들은 이 기간 동안 테슬라를 3억8485만달러 순매수하며 6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1억67만달러 순매수했다. 직전주만 해도 TSLL은 7000만달러에 가까운 매도 우위를 보였으나 지난 12~18일 사이에는 매수 우위로 돌아서 테슬라 주가 상승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믿음이 더욱 커졌음을 나타냈다.
다만 또 다른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인 티렉스 2배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T)는 1590만달러의 매도 우위로 직전주에 이어 순매도를 지속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0일 3년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으로 400달러를 넘어섰고 11일엔 424.77달러로 3년만에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17일에 479.86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12월 들어서만 39.0%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지난 18일 8.3% 급락한 뒤 20일까지 3일 연속 12.3% 떨어져 다시 421.06달러로 내려갔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12~18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순매수 대부분이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던 지난 12~17일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서학개미들은 이 기간 동안 테슬라를 3억6806만달러 순매수했다. 정작 테슬라 주가가 8.3% 하락한 지난 18일 순매수 규모는 1679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때 포모(FOMO)로 인한 초조감으로 급하게 추격 매수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서학개미들은 브로드컴도 주가가 폭등하자 추격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대형 클라우드 고객 3곳과 맞춤형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혀 13일 주가가 24.4% 폭등하고 16일에도 11.2% 급등세를 이어갔다.
서학개미들은 브로드컴을 지난 12~18일 사이에 1억4508만달러 순매수했는데 절반 가량인 7536만달러를 주가가 고점을 찍은 지난 16일에 순매수했다. 이후 지난 17~18일 주가가 10.6% 급락하는 동안에는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순매수 자금 9747만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주가 폭등 전인 지난 12일에는 브로드컴이 오히려 순매도됐다는 의미다.
12월12~18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서학개미들은 올들어 주가가 4.7배 폭등한 팔란티어도 7340만달러 순매수하며 6주 연속 매수 우위를 지속했다.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음에도 추격 매수를 계속한 것이다.
양자컴퓨팅 테마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관심도 지속됐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0일 양자컴퓨팅 칩 '윌로우'를 공개한 알파벳(클래스 A)을 6309만달러 순매수하며 2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올려 놓았다.
또 양자컴퓨팅 보안 칩을 개발하는 회사로 알려진 실스크도 5039만달러 순매수했다. 실스크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주가가 1달러도 안 되는 동전주였으나 양자컴퓨팅 테마로 주목받으면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엔 주가가 하루에 2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실스크는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주가가 8배 뛰어 올랐다.
실스크가 급부상하기 전까지 서학개미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해왔던 또 다른 양자컴퓨팅 회사인 리게티 컴퓨팅은 순매수 규모가 1006만달러로 줄었다. 리게티는 4주째 매수 우위가 지속됐다.
서학개미들이 일찌감치 관심을 가져온 양자컴퓨팅 회사인 아이온큐는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중에도 고점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차익 실현을 위한 순매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18일 사이에도 아이온큐는 1억6930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S&P500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뱅가드 S&P500 ETF(VOO)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도 각각 1억9069만달러와 5892만달러씩 순매수했다.
미국 대표 주가지수에 대한 투자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는 가운데 매수할 개별 종목을 고르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외에 비트코인 자산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가 수익률을 따르되 콜옵션을 매도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드맥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MSTY)가 6143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회사인 어도비는 지난 12일 실망스러운 매출액 전망으로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4532만달러가 순매수됐다.
12월12~18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윤선정
반면 서학개미들이 지난 12~18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1억943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3주 연속 1억달러가 훌쩍 넘는 순매도를 지속했다.
반도체주도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가 1억6684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다. SOXL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른다.
SOXL은 직전주에 3707만달러 순매수됐으나 한주만에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이 속출하는 가운데 반도체주는 전반적으로 저조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인내심이 바닥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대항해 AI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만들고 있는 AMD도 1354만달러 순매도됐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는 나스닥100지수의 상승세에 따라 차익 실현이 지속되며 5516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11월부터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애플은 4299만달러 순매도됐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는 지난 3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상승세를 타다 최근 주춤한 가운데 3633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2월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18일부터 3일 연속 하락한 가운데 3399만달러 순매도됐다.
이외에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주가 수익률을 따르되 콜옵션을 매도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드맥스 코인베이스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CONY)가 121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