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올 40조 사들여
코스피 순매수 금액 3배 달해
표면이율 낮으면 가격 더 올라
금리 더 떨어지기 전에 사재기
금투세 폐지로 차익 비과세도
올해 개인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가 4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년 사이 순매수 규모가 대폭 줄어든 주식 시장과는 대비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약 14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는 코스피 시장 순매수 규모의 3배에 달하는 4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안정성이 뛰어난 채권을 선택한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흐름도 비슷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20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한국 채권 시장에서는 약 46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채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체 장외채권 잔고 중 개인의 보유 잔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1.3%에 불과했지만, 현재 2.4%까지 늘어났다.
국채 보유 비중이 높지만 개인투자자는 회사채 등 크레디트 채권 매수에도 적극적이었다. 올해 들어 개인은 국채를 12조5000억원가량 순매수한 가운데 회사채와 여전채도 각각 9조6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은행, 보험 등 다른 기관에 비해 순매수 규모가 더 컸다.
채권 투자로는 이자 수익과 자본 차익을 모두 기대할 수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지급 주기에 따라 이자를 지급받는다. 보유 중 시중금리가 하락하면 과거에 발행됐던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올라 중도 매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만기가 길거나 표면이율이 낮을수록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 폭이 크다. 표면이율이 낮은 채권일수록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금리 하락 시 자본 차익의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도 이러한 이유로 표면이율이 낮은 채권을 선호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채권은 ‘국고01125-2509(20-6)’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채권은 표면이율이 1.125%다. 또한 2025년 9월에 만기되며, 2020년 6번째로 발행됐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은 잔고를 보유한 채권도 ‘국고01500-5003(20-2)’으로, 표면이율이 1.5%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저금리 시기였던 2020년 발행됐다.
지난 10일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면서 저쿠폰채(표면이율이 낮은 채권)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 폐지로 인해 채권 매매 차익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가 재작년 4%대에서 현재 2%대이므로 채권의 투자 매력이 낮아진 게 현실이지만 1%대 중반 수준의 쿠폰금리 채권도 여전히 존재하고, 금투세도 폐지됐기 때문에 저쿠폰 채권의 상대적인 강점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준금리가 내년 말 2.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을 때 채권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채권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채권 보관액은 113억달러(약 15조8000억원)를 넘어서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미국 채권 보관액은 43억달러 수준이었지만 1년 새 약 3배로 늘어났다.
명지예 기자(bright@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