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부터 해외주식형 등 ‘TR ETF(상장지수펀드)’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수익에 대해서도 해마다 세금을 내야 할 전망이다. ‘미국S&P500TR’을 비롯한 해외주식형 TR ETF는 국내 순자산이 6조원을 넘을 정도로 개인 투자자 관심이 높은 상품이다. 아울러 정부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기술 등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해외주식형 등 TR ETF 상품에 매년 이자·배당소득세를 매길 수 있도록 했다. 보유 기간 중 이자·배당소득이 나더라도 이를 투자자에게 분배하지 않고 바로 재투자하다가, 나중에 팔 때 총수익누계액(Total Return)에 대해 세금을 내는 상품이다.
개정안은 앞으로 국내 증권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주식형 TR ETF에 한해서만 이자·배당 분배를 유보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해외 지수를 따르는 해외주식형 TR ETF 등은 오는 7월부터 이자·배당이 나오면 바로 분배를 해야 한다. 그러면 투자자는 분배받은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TR ETF의 장점은 이자·배당을 고스란히 자동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누리고, 세금은 장기투자 후 미래에 환매·양도할 때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매년 수익에서 소득세를 뗀 나머지 금액만 재투자되는 구조로 바뀌며 복리 효과가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TR은 자동 재투자로 총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인데, 분배금을 일단 줘야 한다면 운용 방식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HBM·마이크로LED 소부장도 세제 혜택…국가전략기술 추가 지정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투자자에게는 TR이 도움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상품 간의 형평을 고민한 것”이라며 “국내 시장 육성을 위해 국내주식형에 한해서는 계속 분배를 유보해서 나중에 환매할 때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에 최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기술을 추가 지정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가전략기술에 들어가면 일반 연구개발(R&D) 세액공제보다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는 효과가 있다. 반도체 분야에선 HBM,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소부장 기술 등을 신규 지정했다.
부동산 세제에선 지난 정부 때인 2020년 폐지됐던 단기민간임대주택 사업자 세금 혜택이 부활한다. 의무 임대 기간이 최소 6년인 비(非)아파트로, 올해 6월 다시 도입한다. 단기민간임대주택을 가진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법인세 중과 대상에서 빼주고,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도 배제한다. 세제 혜택은 ‘건설형’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이하, ‘매입형’은 수도권 4억원·비수도권 2억원 이하가 대상이다. 인구감소지역 주택 취득자에 적용하는 1세대 1주택 특례 요건의 경우 ‘수도권·광역시는 제외하되 수도권 내 접경지역과 광역시 내 군지역은 포함’하고 ‘공시가격 상한은 4억원’이란 내용을 규정했다.
소비 회복 지원을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 세율을 올 상반기 5%에서 3.5%로(100만원 한도) 인하한다. 또 정부는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사 상품·서비스를 할인 판매하는 것에 대해 근로소득 비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직원이 되팔지 못하도록 재판매 금지 기간 1년(자동차·가전은 2년)을 규정하고 비과세 금액도 연 240만원(시가의 20%) 한도를 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체육시설 이용료에 대한 신용카드 세액공제(30%)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서 강습비·회원비 등은 제외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했다.
세종=임성빈·김연주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