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익 우선' 정책에 기업 고민 깊어져
기준금리 인하 속도 둔화…부동산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빌딩뮤지엄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경제 전반에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고율 관세 부과, 반도체 보조금 축소 등 미국 이익을 강조한 경제정책으로 지역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 기준금리 인하 속도 둔화 등 금융·통화시장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 증권가와 부동산 업계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가운데 지역 경제계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줄곧 모든 국가에 10% 내지 2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올해 대미 수출이 8.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타격은 지역 수출기업에도 미칠 전망이다.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기업들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대전의 지난해 1-11월 누적 대미 수출 실적은 9억 9500만 달러로 전체의 23.5%에 달했다. 지난 2023년에도 대전의 대미 수출 비중은 5대 수출국 중 19.5%(2위·8억 3600만 달러)를 차지했다.
강화된 관세 정책은 고환율 문제로 이어져 수입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에선 최근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계가 해당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에 의한 비용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코스닥 시총 1위를 달리고 있는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 등도 적지 않은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가도 경계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지역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코스닥 시장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업들에 손해가 발생한다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트럼프 신정부의 기준금리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 내 물가가 상승해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지고, 그 여파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기준금리는 주택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나 구매 심리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하자 대전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1562건으로, 전달(1336건) 대비 17%(226건) 늘어났다. 충남도 2046건에서 2568건으로 26%(522건) 증가했다.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되면 자금이 경색돼 주택 거래 자체가 얼어붙게 된다. 특히 시장 규모가 작은 지방보다 경쟁력 있는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자금과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오는 7월 시행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등 대출규제와 맞물려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될 경우 서울·수도권은 주택 공급 감소를 우려해 매수심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미입주·미분양이 많은 지방은 대출까지 막히며 침체 분위기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은 심리가 중요하다.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거래를 일으킨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자 수요 심리가 크게 줄었다. 이후 실제 금리 인하가 기대했던 것만큼 이뤄지지 않는다면 거래는 더 얼어붙을 것이다. 미분양 등 침체를 겪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 여파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so-yearn@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