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식 연설서 “미국산 에너지 세계 수출 늘릴 것”
한국 통상·산업,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 행정명령’ 큰 영향
“2개월간 미 당국자 설득, 불합리한 관세 부과 등 피해야”
휴대폰으로 찰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사령관 무도회’에서 춤추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47대 대통령에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성은 “미국의 황금기는 지금 시작한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유전 개발, 제조업 육성,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미국 우선 무역 정책’ 등 40여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통상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경·이민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무역 정책 관련 내용을 연설로 전했다. 그는 “(내각의) 방대한 권한을 총동원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비용과 가격을 빠르게 낮추라고 지시하겠다”며 “인플레이션 위기는 엄청난 과소비와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으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에너지 가격, 수급 불안정 등을 언급하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석유를 ‘액체 황금’으로 표현한 그는 “우리는 (유전을) 뚫고 또 뚫을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전략적 비축을 최대한 채우고, 미국산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의무화 등 우대 정책 폐지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 정책인 ‘그린 뉴딜’ 종료를 밝힌 그는 “몇년 전만 해도 누구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속도로 미국에서 다시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미국은 또다시 제조업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선명하게 담은 통상 환경 변화도 천명했다. 그는 “미국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무역 시스템 정비를 즉시 시작하겠다”며 “우리 시민에게 세금을 부과해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게 아니라,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해 우리 시민을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관세 등 대외 세금을 총괄하는 ‘대외수입청(ERS)’을 설립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축하 집회가 열린 ‘캐피털 원 아레나’와 백악관에서 서명한 행정명령은 47건이다. 백악관에서 만난 취재진이 지난해 11월 예고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점을 묻자 “2월1일에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편 관세 부과에 관한 질문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서도 “본질적으로 모든 나라가 미국을 이용하고 있어 (보편 관세를) 조속히 부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 가운데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개정, 무역적자 교정에 필요한 추가 관세 등 검토를 담은 ‘미국 우선 무역 정책’, 전기차 우대 조치 폐지와 에너지 정책 변화를 담은 ‘미국 에너지 생산 확대’가 한국 통상·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의 경우, 해당 부처가 검토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점을 4월로 정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2개월가량 남은 시간에 미국 당국자들을 설득해 불합리한 관세 부과 등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새 행정부가 출범했고 의회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메시지를 전달할 상대방이 확실해졌다”며 “검토 결과에 따라 조치가 달라질 수 있어 2개월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