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올해 AI(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위해 120억 달러(17조200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틱톡 미국 사업 매각 위기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개발 칩을 확보하는 데 55억 달러(7조8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바이트댄스가 올해 구매할 AI 칩 중 60%는 화웨이, 캠브리콘(한우지) 등 자국 기업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칩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위해 성능을 낮춘 호퍼 시리즈 H20과 블랙웰 시리즈 B20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B20은 올해 2분기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가 AI 칩 중 60%를 자국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기로 한 것에 대해 FT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중국 기술기업들에 필요한 칩의 최소 30%는 국내 업체로부터 구매하라고 비공식적인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바이트댄스는 AI 훈련을 위한 설비 구축에 68억 달러(9조7000억원) 규모 해외 투자 예산을 편성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확보가 투자의 핵심인데, 이에 대해 FT는 미국이 중국의 AI 기술 접근을 통제하고 있어 투자 실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FT는 바이트댄스가 동남아시아,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AI 설비를 늘리고 있다면서 제3자와의 계약을 통해 최근까지 엔비디아 고성능 칩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칩 소유자, 운영자 신원까지 검토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제재를 계속 유지한다면 바이트댄스의 칩 수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FT 취재에 응한 한 소식통은 이미 바이트댄스가 제3자와 계약으로 미국 통제를 우회, 올해 필요한 칩을 주문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올해 필요분을 대부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미국 틱톡금지법 시행을 75일 유예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틱톡은 미국 사업 철수까지 일단 시간을 벌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틱톡이 미국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면서 미국 내 사업을 매각하든지 미국에 완전 철수하라는 취지의 틱톡금지법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틱톡은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사업을 지키겠다고 했다.
틱톡이 미국 사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 앞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원한다면 그가 틱톡을 인수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면서 "누군가 틱톡을 인수하고 지분 절반은 미국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