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유통그룹 연초 경력직 채용 줄어
기업심리 악화에 고용 등 위축 우려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유통그룹들도 경력직 등 수시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더팩트 DB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던 유통기업들이 올해 들어서도 경력직 등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경영환경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동안은 보수적인 채용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그룹들이 올해 초 진행 중인 수시 채용은 지난해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현재 총 17건의 인턴·신입·경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신세계건설, SSG랜더스 등 비유통 계열사들의 채용 건이다. 유통 관련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신세계디에프(면세점), SSG닷컴 등의 채용은 전무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유독 많은 계열사들이 희망퇴직을 통해 비용을 감축한 바 있어 채용에 적극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3월과 12월 두 번이나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까지 전방위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와는 별개로 매년 9~10월에 진행되는 대졸 신입 공채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다만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현재 롯데케미칼과 롯데상사,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경력직을 일부 채용 중인 것 외에 식품·유통군과 관련된 경력직 채용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 이맘때 테크, 마케팅 등과 관련한 전문 인력을 적극 모집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롯데도 적자가 누적된 유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온 등이 대상이었다. 특히 몇년 째 적자가 이어진 롯데온의 경우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연중 두 번이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 롯데와 비교하면 그나마 연초 경력직 채용이 열려있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면세점,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한섬 등 채용 중인 계열사도 다양하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에도 경쟁사와 같은 대규모 인원 감축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통기업들의 보수적인 채용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 전망이 어두운 탓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매월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은 2년 11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심리가 매우 악화하고 있다"며 "기업 심리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