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하루 만에 1만8000% 폭등한 트럼프 밈코인
코인원, 국내 거래소 중 최초 상장…빗썸은 하루 뒤
"밈코인 상장 신중해야"VS"국내 투자 수요 반영"
[서울=뉴시스] 트럼프 공식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가 지난 20일 오후 6시 업계 3위 거래소 코인원에 최초 상장됐다. (사진=코인원 홈페이지 캡처) 2025.01.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발행한 밈코인이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잇달아 상장된 것을 두고 업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신중하지 않은 졸속 상장이란 지적과 글로벌 동향을 따르려는 국내 투자 수요를 반영한 것이란 진단이 맞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공식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가 지난 20일 오후 6시 업계 3위 거래소 코인원에 최초 상장됐다.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당일이다.
업계 2위가 하루 뒤 추격 상장했다. 빗썸은 지난 21일 오후 7시30분 오피셜 트럼프를 원화마켓에 추가했다.
업계 2,3위 거래소가 잇달아 상장한 배경은 트럼프 취임과 함께 주목받은 오피셜 트럼프 영향력 때문이다. 오피셜 트럼프는 트럼프가 유일하게 발행한 밈코인이란 점에서 발행 초기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향력은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 취임 사흘 전 발행된 오피셜 트럼프는 지난 18일 탈중앙화거래소(DEX) 및 일부 글로벌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지 하루도 안 돼 1만8000% 넘게 올랐다. 또 당시 한때 글로벌 시가총액(시총) 순위 18위에, 밈코인 시총 순위 2위에 각각 올라섰다. 통상 가상자산이 발행 직후 글로벌 시총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상장 당위성과 다르게 정당성 측면에서는 업계 의견이 갈렸다.
우선 금융당국이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밈코인에 대한 심사기준을 보완한다고 한 만큼 거래소들도 투자자 보호 기조에 따라 상장을 신중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밈코인이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커 투자자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코인원을 상대로 오피셜 트럼프 상장 절차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별도로 살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투자자 보호 의무가 있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밈코인 상장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야 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밈코인은 실질적 기능이나 효용 없이 단순한 밈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투기적 성격의 가상자산이다. 발행 주체인 트럼프 역시 오피셜 트럼프에 대해 "출시했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밈코인이 재미로 만들어진 코인이기 때문에 상장 절차 과정에서 기술적 검증이 단축될 수는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격 변동성 측면에서 시장 여파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무브먼트 사태에 따른 변동성 후유증이 남아있는 만큼 섣부른 밈코인 상장은 졸속 상장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5.01.22.
반면에 바이낸스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도 잇달아 오피셜 트럼프를 상장한 만큼 국내 상장의 잣대만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외화 유출이 조 단위로 불어난 만큼 글로벌 동향에 맞춰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 국내 업계 경쟁력을 위한 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2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5대 원화거래소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59억4700만달러(8조55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 대비 약 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또 하루 단위로 보면 트럼프가 취임한 지난 20일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11억4236만달러(약 1조645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국내에 상장되지 않은 오피셜 트럼프를 매수하기 위한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 거래가 지원되지 않는 오피셜 트럼프를 매수할 수 있는 방안은 오피셜 트럼프가 상장된 DEX와 글로벌 거래소에서 USDC로 거래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원화 마켓에 상장되지 않았다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거래소들이 국내 투자자에게 투자 참여 기회를 제공한 것이 맞다"며 "밈코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이해하지만, 글로벌 거래소 모두 앞다퉈 상장하는 코인에 대한 트렌드와 국내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jee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