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사흘째,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서 연설
연준 개입 공식화.."전 세계적 금리 내려야"
"사우디·OPEC 유가인하 요청..우크라 전쟁종식"
"미국서 제품 만들면 가장 낮은 세금 적용할 것"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에 금리를 낮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캠페인 내내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연준 개입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국제유가 인하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전 세계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내주 열리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일주일을 앞두고 연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23일(현지시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금리는 우리를 따라 내려가야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연준에 대한 공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행정부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자주 비판했다. 그는 연준을 ‘멍청이’라고 부르거나 파월 의장을 퍼팅을 못하는 골퍼에 비유하기도 했다. 선거 캠페인 동안에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결정에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취임하자마자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것과 관련해 “낭비적인 적자지출 탓”이라면서 “그 결과 역사상 인플레이션 위기가 발생했고,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식량 가격과 인류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오는 28~29일 1월 FOMC를 개최한다.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트럼프의 압박이 연준 이사들에게 어떤 압력이 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OPEC에 유가인하를 압박하겠다고 공식화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내려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로 끝날 것이다. 지금은 유가가 전쟁이 계속될 수 있을 만큼 높다.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오래전에 유가를 낮춰야 했다. 사실 그들은 어느 정도 지금 벌어지는 일에 매우 책임이 있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미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는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여러분의 권리이지만, 여러분은 매우 간단하게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내 공장을 짓지 않고 자국내에서 수출할 경우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 관세는 우리의 경제를 강화하고 채무를 갚는 데 필요한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를 우리 재정에 보탤 것”이라며 “일자리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키우기에 미국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15%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입부족분을 관세를 통해 메우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김상윤(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