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실시간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을 겨냥해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다음주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취임 후 처음으로 대놓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화상연설에서 "금리가 즉시 인하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가 낮아져야 하고 금리는 우리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연준, 특히 파월 의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에도 파월 의장과 통화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정책 결정자들을 "멍청이(boneheads)"라고 비난하면서 파월 의장에 대해선 퍼팅을 못하는 골퍼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지난 20일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통화정책에 관한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2017~2021년 첫 임기 대도 연준에 저금리를 노골적으로 주문했고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에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관여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으로 미국에서는 지난해 연준의 독립성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관여할 법적 권리는 없지만 연준 구성원을 지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파월의 거취에 대해선 "그가 임기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오는 28~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온 것이라는 데 주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총 1%p(%포인트) 낮추면서 관세와 이민 등 새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정체로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기존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이유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중 발생한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빍혔다. 인플레이션 원인에 대해서는 "(바이든 정부의) 낭비적인 재정 적자 지출"을 지목하면서 "그 결과 현대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기와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금리 상황이 됐고 식료품 가격과 인간이 아는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이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