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미국 빅테크 기업 제재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구글을 겨냥한 EU의 과징금 처분을 언급하면서 "세금인 것처럼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받아내려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EU는 애플과 법적 분쟁을 겪었고 예상과 다르게 승소해 150억~160억 달러를 애플에서 가져갔다"며 "EU는 구글에서도 수십억 달러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EU는 2016년에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세제 특혜를 받아 아일랜드 내 다른 기업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냈다면서 아일랜드가 애플이 체납한 세금 130억 유로에 이자를 더해 143억 유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애플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9월 EU 최고법원 격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패소했다.
업계는 2020년 7월 하급심에서 애플이 승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ECJ에서도 애플이 승소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달랐다.
EU는 2017년 구글에 대해서도 쇼핑 검색 서비스에서 자사 서비스를 상단에 노출하고 경쟁사 서비스는 하단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부당경쟁행위를 했다면서 24억 유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9월 ECJ에서 최종 패소했다.
EU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AI(인공지능) 규제 법률을 마련해 2026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AI의 성능과 활용 분야에 따라 위험도를 구분하고, 위험도가 높을수록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취지다. 의료, 자율주행, 선거 등 위험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반드시 인간이 AI를 감독하게 하고 인터넷에서 인간의 얼굴 이미지를 무작위로 수집하는 등의 행위는 원천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AI 개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대다수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AI 규제는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이 많다.
또 EU는 지난해 3월부터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 중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등 6곳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다. 바이트댄스를 제외하면 전부 미국 기업들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곧 페이스북에서도 수십억 달러를 받아내려 할 것"이라며 "이 기업들은 당신들이 좋든 싫든 미국 기업이다. 그런 식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보기엔 (EU의 규제와 과징금 처분은) 일종의 세금"이라며 "EU에 대해 아주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