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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전세난에 금리 인하 신호…“서울 상고하고, 수도권 상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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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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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이후 부동산 전망

[뉴시스]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섰다. 강화된 대출 규제에도 홀로 버티던 서울 집값이 멈춰섰다. 서울 아파트값이 이대로 무너질까. 전문가 전망도 엇갈린다. 정치 불확실성·대출 규제·금리 인하·공급 감소 등 상승과 하락 요인이 힘겨루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올해 주택시장을 엄습한 주요 변수와 그 영향을 짚어본다.


# “지난해 가을, 대출 규제 이후로는 거래가 뚝 끊겼어요. 시세보다 2000만~4000만원 낮춘 급매물도 나오고 있어요. 예년 같으면 연초에 부양책도 나왔는데, 지금은 시국이 뒤숭숭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공인중개사)


# “탄핵 정국 속 확실히 안전자산(강남권 아파트)을 선호하는 분위기에요. 지난 주말에는 매수 문의도 늘고, 집을 보고 간 팀도 많았어요. 매물 보류도 늘고 있어요. 매매 가격이 올라가는 전환점에 있다고 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공인중개사)


‘집값 바로미터’ 잠실 매수세 활발

새해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을 멈췄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20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보합(0.00%)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넓혀보면, 1월 둘째 주에 0.0043% 떨어지며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넷째 주(23일 기준)부터 10개월 가까이 이어졌던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이다.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0.04%→ -0.05%) 대비 낙폭을 키웠다.


본격적인 하락의 시작일까. 잠시 상승이 멈춘 것일까. 최근 전국적인 집값 하락에도 홀로 버티던 서울마저 흔들리면서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서울 25개 구를 개별로 놓고 보면 상승 지역과 하락 지역이 혼재돼있다. 용산, 서초, 송파 등 일부 지역은 상승했지만 노원, 중랑, 구로 등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선 ‘추세적인 하락’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은 상고하고, 수도권(경기, 인천)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지방은 회복이 지연되는 ‘상저하저’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탄핵 정국이 진정되고 부양 정책이 나오면 하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향후 주택 가격 상승에 무게를 두는 주요 근거는 ▶공급 부족 ▶전세난 ▶금리 인하 등에 있다. 지난해 전국 입주 물량은 36만2132가구로 집계됐으나, 올해는 약 25.38%(9만1921가구) 줄어든 27만211가구가 예정돼 있다. 특히 서울은 내년 이후 공급 절벽이 예고돼있다. 올해는 3만7855가구로 지난해(2만7956가구)보다 늘어나지만 2026년 8526가구, 2027년 9573가구로 급감하며 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은 블로그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에서 “2025년은 공급 부족으로 넘어가는 첫해”라며 “올해 착공 물량이 극적으로 늘어난다면 2028년쯤에는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2028년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 감소는 전세 부족으로도 이어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서울 전세 가격은 지역별 혼조세를 보이며, 전주 하락(-0.01%)에서 보합(0%)으로 돌아섰다. 이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올림픽파크포레온(3만4757가구)의 입주 여파에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양상이라 주목받는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매머드급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2024년 11월~2025년 3월)에도 전세 시장이 잠시 주춤한 상태에 그쳤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시그널”이라며 “올해 서울 공급 물량이 증가한 상태에서도 전세 시장이 선방하면 2026년 이후에는 전세금 폭등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도 목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며 2월 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하가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과 맞물리면 본격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1·2월 시장이 얼어있을 때가 집을 사기 유리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집값 조정 가능성에 대해 “집값이 하락하려면 급매가 다수 나와야 한다”며 “이를테면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인데도 급매가 1~2건도 찾기 어렵다면,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나 지역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이미 회복이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송파구 잠실 지역의 활발한 매수세다. 잠실은 서울 집값의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고 주변에 확산하는 경향이 있어 ‘집값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실거래 통계로 잡히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리지만, 현장은 거래 열기가 이미 뜨겁다는 전언이다. 부동산 인플루언서인 리틀백은 “1월 중순에만 엘스(전용 84㎡·28억5000만원) 등 신고가 소식과 리센츠(전용 84㎡·28억원) 거래가 나오면서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실 지역은 지난해 11·12월에 바닥을 찍고 현재는 급매는 실종된 상태”라며 “마포·광진 등 갈아타기 수요자들이 움직이며 중·상급지 중심으로 거래가 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양극화 심화, 지방은 ‘상저하저’ 우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반면,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 경제 영향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원·달러 환율 상승)을 넘어섰을 때 한국 경제에는 위기가 왔고, 부동산 시장도 급락했다”고 말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환율은 모두 1400원을 돌파했다. 고환율의 장기화는 내수 경기 침체와 투자 심리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1.7%까지 하향 조정했다. 계엄 전만 해도 1.9%였다. 한 교수는 “정치·경제적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그널이 오히려 위험한 지표라는 분석도 나왔다. 완만한 금리 하락은 부동산과 주식 등 대부분 자산의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의 전주곡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빅컷으로 금리 인하의 포문을 열었던 2001·2007년의 경우 빅컷 이후 수개월 뒤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강남 집값은 이미 전고점을 넘어서는 등 핵심입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두텁지만, 위기 시 이들 지역의 하락 폭이 더 클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강화되는 대출 규제라는 복병도 예고돼 있다. 지난해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로 대출 문턱을 높인 정부는 오는 7월 더 강화된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시행 예정이다. 높은 대출 문턱이 금리 인하로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의 힘을 희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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