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서에 서명하며 국내증시에서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급등하며 투자자 이목을 끈다.
11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증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78,000원 ▲65,000 +15.74%)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만4500원(8.35%) 오른 44만75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48만9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도 갈아치웠다.
트럼프 대통령 불확실성 탓에도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급증한건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날 공시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90.2% 증가한 1조7247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수준이다.
매출액은 같은기간 42.5% 증가한 11조2462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160.5% 증가한 2조5452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매출액 추정치 평균은 10조1635억원,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1조3636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로는 222.1% 늘었고 직전분기대비로도 87% 넘게 증가한 8925억원을 기록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폴란드로 천무 다연장 로켓과 K9 자주포 납품이 증가했다"며 "환율도 지난해 3분기 말 1319.6원에서 4분기 말 기준 1470원까지 치솟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특수선 등을 건조하는 그룹 내 계열사 한화오션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는 점도 투심을 자극했다. 지난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통해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8100원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취득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을 넘어 종합 방산 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시스템과 함께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힌만큼 추가적인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밝다. 올해 실적 추정치도 계속 상향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기준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출액은 11조6215억원, 영업이익은 1조618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48만원에서 56만원으로 상향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집트, 호주, 루마니아 사업이 매출에 인식될 것으로 보이고, 155mm 탄 수출도 기대요인"이라며 "올해 양산에 들어간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프로젝트에 중동국가가 큰 관심을 보여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달간 외국인과 기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각각 402억원, 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강세를 보이자 다른 방산주로도 온기가 퍼졌다. 유·무선 통신시스템을 제조하는 기산텔레콤 (2,275원 ▲522 +29.78%)(27.78%)을 비롯해 한화비전 (41,500원 ▲2,250 +5.73%)(7.64%), 루미르 (11,760원 ▲530 +4.72%)(4.63%), 아스트 (739원 ▲29 +4.08%)(4.51%), 제노코 (16,030원 ▲870 +5.74%)(3.43%), LIG넥스원 (265,500원 ▲12,500 +4.94%)(3.16%) 등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