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금값’ 속 각국 金 투자 확대
각국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 주요 선진국 평균 48%-한국 2%
“보유비중 최소 5% 돼야” 목소리… 한은 “유동성 떨어진다” 신중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전 세계 투자금이 금(金)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12년째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한국은행도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수익성, 유동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금 매입을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이 세계금협회(WG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8개국의 중앙은행 중 약 69%가 향후 5년 내에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일정 비중을 금, 미국 달러 등 안전 자산에 넣어둔다.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할 때 이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다. WGC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1000t 이상의 금을 3년 연속으로 매입했다”며 “지난해 연간 금 매입액은 1186t으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으며 4분기(10∼12월)에만 333t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금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 6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은 평균 47.6%(작년 말 기준·캐나다 제외)였다. 탈(脫)달러화 움직임을 보여온 신흥국 연합체 BRICS의 평균 금 비중도 13.2%로 한국(2.1%)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런 점 때문에 한은도 주요국 중앙은행처럼 금 보유량을 적극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무역 갈등으로) 미중 간 화폐 전쟁이 재점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인 금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다”며 “한은도 금을 전략 자산으로 삼아 (외환보유액 대비) 보유 비중을 최소 5% 수준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은은 최근까지 금 편입 비중을 높이는 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이 주식, 채권 대비 유동성이 떨어지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는다. 외환보유액의 성격상 손쉬운 현금화가 필요한데 금은 정반대 특징을 갖고 있다. 금 매수를 통해 이자, 배당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관(관리)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최완호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은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금은 주식, 채권 등에 비해 운용 대상으로서의 유용성이 크지 않다”며 “특히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한번 금을 매입하면 매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값 하락으로 ‘트라우마’를 겪었던 과거 사례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2011∼2013년 총 90t의 금을 사들였는데, 매입 당시 온스당 1900달러에 달했던 금 가격이 2015년 들어 100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바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