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서 함정 건조’ 법안 발의
국내 조선업계 ‘대형 수주’ 기대감
“기술력 입증해야 수익 얻게 될 것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발판 삼아야”
미국 의회가 최근 동맹국 조선소에서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한국 조선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은 해외에서 미 함정을 건조하려는 첫 시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해당 법안의 발의 이후 앞으로 한국 조선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 봤다.
● 보안 문제 해결해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2월 방한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지난해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방문해 한국 조선소의 군함 건조 역량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보안 문제를 집중 언급했다. 인력 통제와 함께 북한 드론 출현 등 안보 위협을 언급하며 대공 방어 체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미 장성이 방한해 조선소를 둘러본 건 이때가 처음”이라며 “델 토로 장관이 그때 ‘숙제’를 던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는 통상 다양한 선주 감독관이 조선소를 오간다. 이 때문에 조선소 내 출입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인력 유출 등으로 인한 기밀 기술 유출 방지 대책도 꼼꼼히 세워야 미 군함 수주가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수익성 어느 정도일지 관건
수익성 확보도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군 함정 수주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296척의 군함을 보유하고 있다. 2054년까지 이를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30년 동안 약 1조750억 달러(약 1560조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연간 규모로 따지면 50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초기 단계부터 미국이 해외 조선소에 고부가가치 함정 건조를 맡길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 조선소에서는 주로 급유함이나 수송함 등 비전투함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 조선소는 상당 기간 동안 큰 수익 없이 기술력을 입증해야 하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한 조선사 임원은 “미국이 한국을 단순 위탁 생산 기지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며 “그 검증대를 통과해야 실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뢰 관계 구축도 숙제
해당 법안에는 외국 조선소의 함정 건조 비용이 미국보다 낮아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미국 조선소는 노후화와 숙련 노동력 부족 문제로 생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있어 미 해군 주력함인 이지스함급 함정 한 대를 만드는 데 3조 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1조 원대로 배 한 척을 만들 수 있다. 미 해군을 장기적인 고객으로 맞이하려면 함정을 효율적으로 건조하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이지스 구축함을 5척 만든 이력이 있다. 신승민 한국해군과학기술학회 학회장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당정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한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