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받기로 확정한 반도체 보조금을 재협상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비용 손실은 물론, 생산 지연 우려 등 글로벌 전략 차질 가능성까지 떠안을 우려가 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확정한 반도체법을 재검토해 일부 거래를 재협상할 계획이다.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39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법 및 과학법 산업 보조금 조항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백악관이 보조금 계약을 얼마만큼 변경할 계획인지, 어떤 조치를 이미 취했는지, 이미 계약이 완료된 합의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통신은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과 미국 상무부가 확인 요청에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관세를 부과하면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글로벌 반도체업체가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해외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며 보조금 지급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법 보조금이 뒤집힐 가능성을 우려해 임기 막바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미 투자 기업들과 보조금 지급 확정 계약을 체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글로벌 생산 전략까지 조정해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70억달러 이상을 들여 2026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와 47억4500만달러(약 6조88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최종 계약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2028년까지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용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달 미 상부부와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4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계약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