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
호실적+자사주 호재로 주가 쑥
[왕개미연구소]
“워크맨부터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제게 행복을 주는 기업입니다. 오래전부터 사 모아서 8000주(3억원어치) 보유 중인데 수익률 1958% 찍었네요. 하지만 매도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위대한 기업이지만 저평가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액면 분할 등 주주 환원에도 열심이고 실적도 이렇게 좋은데 PER(주가수익비율)는 고작 20배니까요(※테슬라 PER 162배, PER은 높을수록 고평가).”
“매수가의 3배까지 올라서 오늘 전량 매도했습니다. 천하의 소니라도 실적 발표 효과는 길어야 사흘일 테니까요. 3000엔이 곧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때까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PS5)가 최근 석 달간 950만대 이상 팔리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누적 판매량은 7500만대다./연합
14일 일본 도쿄 증시에서 소니 주가가 전날 대비 8.65% 상승한 3705엔에 마감했다. 1958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다.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가총액 3위의 대형주인데도 장중 한때 1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온라인 주식 게시판에는 일본인 소액 주주들의 감사 인사와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전날 이뤄진 실적 발표가 소니 주가를 끌어 올렸다. 소니는 2024년 4~12월 결산에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10조3268억엔, 영업이익은 22.9% 증가한 1조2035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13조2000억엔, 영업이익은 10.4% 늘어난 1조3350억엔으로 예상했다. 호실적 발표와 더불어 소니는 최대 500억엔(약 471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14일 도쿄 증시에서 소니가 3705엔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 목표 주가 평균(3753엔)에도 바짝 다가섰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비싸도 팔렸다... PS5 누적 7500만대
게임과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의 호조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게임 산업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0~12월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PS5)’가 950만대 판매되며, 전년 동기(820만대) 대비 16% 증가했다.
작년 말 한국에도 정식 출시된 PS5 프로 모델은 최대 13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가격에도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PS5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7500만대를 돌파했다.
토요증권의 야스다 히데키(安田秀樹)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신작 게임기는 출시 후 3년 정도가 지나면 보통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런데 출시 5년 차에 접어든 PS5가 여전히 강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소니는 자회사 애니플렉스를 통해 1억5000만부 넘게 팔린 ‘귀멸의 칼날’ 만화를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었다. 사진은 올 여름 개봉 예정인 무한성편./공식 홈페이지
✅엔터테인먼트 중심 복합 기업으로 변화
소니는 1980년대 ‘워크맨(휴대용 음악 재생 장치)’으로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주도했던 소니는 2000년까지도 전자기기 명가로 군림했다. 당시 전기전자 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영화·음악 부문이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며 사업 구조가 크게 변화했다.
소니는 활동 무대도 해외로 계속 넓혀가는 중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소니의 지역별 매출 비율은 미국 32%, 유럽 19%, 아시아·태평양 14%, 중국 11% 등으로, 일본 국내(17%)보다 해외 비율이 훨씬 높다.
해외 매출 비율이 크다 보니 환율 변동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소니가 예상하는 엔·달러 환율은 ‘1달러=150엔’ 수준이다. 작년 11월 당시 예상했던 환율(1달러=146엔)과 비교하면 달러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소니 측은 게임, 반도체, 전기전자 부문에서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때마다 달러 기준 연간 20억엔(약 189억원)의 영업이익 상승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