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조치로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 기준을 강화해 미국산 식품 수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내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해 재배된 미국산 대두 등의 작물이 초기 수입 제한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당국자 3명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농민 보호를 위해 특정 식료품의 수입 제한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무역 상대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무역 거래에 대한 동물 복지 기준 강화도 계획 중이다. EU 내에서 적용되는 소, 닭 사육 공간 및 위생시설 등의 규정을 수입품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유럽에서 금지된 농약 등 안전·환경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일부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산 대두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된다.
올리베르 바르헬레이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FT 인터뷰에서 "우리는 의회와 회원국, 농민으로부터 'EU에서 금지된 것은 수입품이라도 금지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신호를 받았다"며 "과학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발암물질, 돌연변이 유발 물질 또는 내분비 교란 물질을 사용하는 살충제를 수입 식품 허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수입 식료품에 대한 안전 기준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FT에 따르면 유럽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콩 재배에 '패러쾃'(paraquat) 성분 있는 제초제가 사용되는데, 이는 2007년부터 유럽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된 물질이다. 패러쾃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이용될 정도 강한 독성으로 한국에서도 2012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021년 패러쾃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논란이 됐었다.
유럽 살충제 행동 네트워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으로 수입되는 많은 제품에서 살균제 프로피코나졸과 벌을 위협하는 신경독성 살충제 등이 발견됐다. 보고서는 EU 생산 제품보다 수입품의 이런 물질의 잔류 허용 기준이 훨씬 높다며 "이는 국제 무역 파트너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유럽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지 농약 잔류가 가장 많이 검출된 수입품은 유럽인의 생활필수품으로 분류되는 차와 커피였다. 차 수입 샘플의 38%, 커피의 23%에서 금지된 농약의 잔류물이 검출됐다. 특히 대규모 차 지배국인 인도(약 25%)와 중국산 수입품의 검출 비중이 높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미국산 식품 수입 제한 추진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추가 상호관세로 맞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CNN에 따르먼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 전 EU가 미국산 식품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상관없다. 그들이 그렇게 하게 그냥 두라"며 "(미국에 대한 수입 제한은) 그들을 스스로 해치는 것이다. 우리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들이 얼마를 청구하든 우리도 청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