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던 원·달러가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연기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다. 이달 금통위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방향키가 환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주 환율의 141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8분 현재 원·달러는 전거래일 대비 1.8원 내린 1441.7원에 거래 중이다. 이달 초 1470원대에 육박했던 환율은 지난주 1450원대를 거쳐 1430원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연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기대에 위험회피 자산 선호가 높아지며 달러값이 떨어진 결과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지난주 초 108선 초중반에서 이날 106선 중후반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3월부터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고, 4월부터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일부 국가들이 관세 인하 협상에 나서면서 상호 관세 부과 연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통화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시작과 상호 방문 등에 합의했다. 16일(현지 시간)에는 기자들과 만나 "4월 20일 부활절까지 우크라이나 종전을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신행정부의 관세 우려 완화와 러·우 종전 협상 가능성에 원·달러의 하락 압력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환율 밴드로 1410~1460원을 제시하며 "계엄 이후 형성된 박스권 하단을 돌파할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신한은행은 이번주 환율 범위로 1430~1455원으로 내다봤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 관세 발효를 4월로 미루자 시장이 안도감을 표출했고, 미국의 러·우 전쟁 중재에 러시아가 긍정적 메시지를 낸 것도 우호적"이라며 "환율 하락에 비교적 무게감이 실릴 수 있다"고 했다.
환율 하락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한은의 2월 금리 인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월 금통위에서 경제만 보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고환율에 인하 숨고르기에 나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금통위를 앞둔 환율은 1460~1470원대에서 움직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는 환율 부담 때문에 금리를 못 내렸다는 점에서 환율 하락은 금리 인하의 걸림돌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면서 "한은은 2월 금리를 낮추고, 빠르면 5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도 여건이 녹록치 않으면 7월쯤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봤다.
뉴시스 황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