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포트폴리오 재편
백신·신약 개발 힘 쏟을듯
석화부문 성과급 전 부문 가장 낮아
LG화학이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사업부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더팩트 DB
LG화학이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사업부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주력 사업 중 한 축인 생명과학 사업을 백신과 신약 개발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올해 성과급 규모도 대폭 축소했는데 지난해 부진한 실적의 여파로 몸집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본부 산하의 에스테틱사업부 매각을 위해 HSBC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달 주요 인수 후보군에 티저레터를 배포할 예정이다.
희망 매각가는 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내 인수합병(M&A) 업무를 총괄하는 이지웅 전무를 중심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의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설은 지난해에도 불거졌다. 당시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에스테틱사업부의 주력 제품은 미용 필러다. 최근에는 스킨부스터 '비타란'을 태국 시장에 출시하며 해외 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이번 매각은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에서 추진됐다. LG화학은 생명과학 부문에서 암, 면역, 당뇨, 대사 분야의 혁신 신약 개발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매출 비중을 크게 키우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의 매출에서 생명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라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에스테틱 사업부 매출이 포함된 생명과학 부문의 2024년 한 해 매출은 연결기준 1조3340억원, 영업이익은 1100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 2024년 전체 매출 48조9000억원의 2.7% 수준이다. 대부분의 매출은 석유화학과 첨단소재에서 나온다.
LG화학은 2023년 진단사업부를 글랜우드PE에 매각하고, 미국 바이오텍 아베오를 8000억원에 인수하며 항암제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에스테틱사업부 매각까지 성사되면 회사의 생명과학 부문은 백신과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사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사업부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 회장이 1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3일 컨퍼런스콜에서 "생명과학본부는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성과급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크게 악화해 적자를 낸 석유화학 부문은 현금 15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 사업 부문 중 가장 적은 액수다. 약 1430억원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기본급의 46%을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나 올해는 위로금 수준으로 규모가 줄었다.
생명과학 부문은 기본급의 188%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생명과학 부문은 지난해 230%에서 성과급이 줄었다. 이 부문은 지난해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G화학의 이같은 사업 재편 움직임과 성과급 축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0% 넘게 줄 정도로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LG화학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9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63.8% 감소했다. 매출액은 48조91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5% 줄었고, 순이익은 5150억원으로 74.9% 감소했다.
올해도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간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모든 비용은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면밀히 분석하자"고 당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전방 시장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운영 최적화를 위해 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중장기 생산능력(CAPA)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 투자(CAPAX)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2조원대 후반의 금액을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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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승(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