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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대비”… 10대그룹 중 6곳, 돈 못 버는 사업 매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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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02-18
조회수 1
추천 0

사업 구조 조정 본격화

일러스트=김성규


재계 순위 2위 SK그룹은 최근 1년 새 계열사와 사업부 등 1조9100억원 규모의 회사 자산을 매각했다. 지난해 초 AI(인공지능)와 에너지를 양대 주력 사업으로 정한 뒤, 렌터카나 폴리우레탄 원료, 가전 등 비주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리밸런싱(재조정)한 결과다. 계열사 등 사업 보고서 기준 그룹 종속 회사도 2023년 말 716개에서 작년 3분기 말 기준 660개로 56개를 줄였다.


그래픽=김성규


SK그룹은 올해 이 같은 사업 재편 속도를 한층 더 높여 활용 가능한 현금 자산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는 폐수 처리와 소각 등 환경 관리 분야 자회사 2곳을 시장 추산 2조원 안팎에 매각하는 방안을 최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300조원짜리 그룹이 체질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외부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1년 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작년 초 SK그룹이 사업 재편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개별 기업의 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선 이런 리밸런싱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됐다. 대내외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칫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며 통상 질서가 바뀌려 하고 있고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진 것이 배경이다. 또한 산업 각 분야에서 중국과의 치열한 경합과 AI 중심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빠른 변신’이 필수가 된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중 6곳이 몸집을 줄이고 현금 확보에 집중하며 ‘혹한기’를 대비하고 나섰다. SK를 비롯해 롯데그룹, 포스코그룹이 크게는 조 단위 사업들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며 대규모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LG·현대차·신세계그룹도 주요 사업 매각이나 재무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조원대 사업 재정비 돌입한 기업들


포스코그룹은 지난 11일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던 이차전지용 니켈 공장 신설 사업을 전격 중단했다. 중국 기업과 합작해 포항에 수천억 원을 투입한 공장을 짓기로 하고 작년 5월 착공식까지 했는데 사업을 접은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이 사업을 포함해 구조 조정으로 올해에만 현금 약 1조5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지난해에도 비주력 사업이나 자산을 45건 매각해 6600억원을 현금화했다.


롯데그룹도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작년 렌터카 부문 계열사 롯데렌탈을 약 1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모든 계열사가 장기 성장 전략에 맞지 않는 비주력 사업 정리를 검토하는 중이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지난 7일 제빵사업부 증평공장을 신라명과에 매각했고, 수원, 부산 등의 생산 공장을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ATM 사업 부문, 롯데케미칼 해외 계열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등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역시 적자가 계속된 신세계건설 지분을 전량 사들인 뒤 상장 폐지하는 등 구조 조정이 한창이다. 효성그룹도 석유화학 사업 침체 등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최근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을 9200억원에 다른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로 넘겼다. 이 사업 역시 외부 매각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내부 조정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리밸런싱으로 ‘체질 개선’


M&A 시장 활발해질까


주요 그룹 중엔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곳이 많다. 구조 조정과 함께 올해 M&A(인수·합병)도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 LG화학의 경우 생명과학사업본부 안의 에스테틱 사업부를 5000억원 안팎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용 제품과 의료 기기 등이 전문 분야인데, 매각 이후 바이오 부문에서는 신약 개발 등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로봇 등으로 주력 산업을 전환하면서 계열사 현대위아의 공작 기계 사업부를 3000억~4000억원 안팎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신 현대위아는 전기차 열 관리, 방산 등에 집중하게 할 계획이다. 효성그룹에서 분할한 HS효성도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스틸코드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현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 둔 기업들은 올해 M&A 등을 통한 미래 먹거리 마련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삼성의 경우 작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공식적으로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그룹도 현재 내부적으로 M&A 대상을 물색하는 중이고, HD현대도 주력인 조선업 외에 SMR(소형 모듈 원전)이나 바이오 부문 사업 기회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원래는 주식 투자자 등이 업황 변화에 따라 자산의 투자 비중을 다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엔 많은 기업이 해고나 퇴직 같은 인력 구조 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비주력 사업이나 계열사를 정리하며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리밸런싱으로 부르고 있다.


정한국 기자 korejung@chosun.com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

석남준 기자 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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