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중국 승인이 늦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에 대한 승인이 언제 이뤄질지 명확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회사인 비야디(BYD)가 자사 거의 모든 차종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힌 가운데 테슬라로선 중국 내 자율주행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테슬라는 중국과 유럽에서 FSD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겠다고 지난해 9월에 밝혔지만 규제 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이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FT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승인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것이 중국에서 테슬라 FSD에 대한 승인이 늦어지는 주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다만 한 소식통은 미중간 무역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테슬라 FSD에 대한 승인이 곧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반면 다른 소식통은 무역 협상에서 "중대한 돌파구나 (미국의) 양보"가 없으면 신속한 승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 중국에 FSD를 도입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 지난해 6월에는 상하이에서 10대의 테슬라 차량으로 FSD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이는 테슬라의 FSD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 단계 조치로 여겨졌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바이두의 내비게이션과 지도를 이용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달 실적 발표 때 테슬라 FSD의 중국 도입과 관련해 중국과 미국의 엄격한 보안 규정에 발목이 잡혀 "다소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FSD의 주행 훈련 동영상을 중국 외부로 전송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정부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FSD를 주행 훈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FSD는 수많은 운전 동영상을 통해 훈련 받아 실시간으로 주행 결정을 내리는 머신 러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 도로에서 주행하는 수많은 동영상을 FSD에 훈련시켜야 하는데 미중 양국의 보안 규정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도 훈련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중국산 수입품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석탄과 액화 천연가스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다.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 12%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5일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부터는 여전히 42% 오른 상태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